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의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나”라며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인가”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도 요구했다.

퇴임하면서 “잊힌 삶을 살겠다”고 말한 문 전 대통령은 약속과 달리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육사 문제에도 끼어들었다. 사실 흉상 논란의 출발점은 문 정부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과 광복군을 우리 군의 출발점으로 삼아 제대로 교육하라”고 했다. 이에 육사는 2018년 3월 1일 국군 뿌리가 독립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걸 기리기 위해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일제강점기 독립군을 이끈 5인(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의 흉상을 세웠다.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바도 있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했다.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이전 논란은 문 전 대통령 때부터 이념·역사 논쟁으로 전선이 확장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은 파행을 빚은 잼버리 대회에 대해서 “국격과 긍지를 잃었고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잼버리 대회를 유치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여당이 ‘전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자 현 정부의 준비 부실을 지적하며 반박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에 대해서도 “정부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 방류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에 따르겠다”고 해 지금과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문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 언동을 노골적으로 밝히며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전직 대통령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그가 퇴임 당시 약속한 것처럼 잊힌 존재로 있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