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논란 불지핀 카카오T… 카페‧식당서도 은근슬쩍 팁 요구

가격인상 꼼수 불쾌감… ‘팁=불법’ 정책적으로 알려 근절해야

원민음 정치부 기자

팁 청정지역이던 한국에서도 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격적으로 팁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카카오T다. 카카오T는 지난달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택시를 이용한 뒤 마음에 들면 1000원, 1500원, 2000원의 팁 중 하나를 골라 지불하는 방식이다. 카카오T는 팁은 승객의 선택이라며 팁을 요구받은 경우에는 카카오T 고객센터로 제보해달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사실상 팁을 요구하면서 직접 요구하면 신고하라는 안내문구가 이율배반적인 느낌이다. 카카오T는 기사들에게 추가 수입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을 줘 회원을 늘리는 유인도구로 쓰기 위해 팁 서비스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카카오 측에서 지급해야 할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시키는 얌체 행위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데이터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71.1%가 팁 도입에 반대했다. 만약 카카오T가 요구한 팁이 강제사항이었다면 이는 불법이다. 우리나라 택시운송사업법 16조에 따르면 지정된 운임 외에 부당한 운임 또는 요금을 받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팁은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카카오T뿐 아니라 일부 카페나 식당에서도 ‘팁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거나 주문 키오스크나 태블릿 최종 단계에 팁을 줄 수 있는 안내문구를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다. 아직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하나 ‘팁’을 가격인상 꼼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3년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점은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포함한 최종가격을 게시하도록 돼 있어, 게시된 가격 외에 팁을 요구하는 것 역시 엄연한 불법이다.

SNS 등에 올라온 글을 보면 팁에 대한 시민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계산할 때 외에 직원을 본 적도 없는데 웬 팁이냐며 불쾌해 하거나, 비싼 물가도 부담스러운데 팁까지 줘야하냐는 불만이 다수다. 거기에 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느 순간 당연한 요구로 변질 될까 우려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카카오T나 일부 음식점 등에서 받는 팁은 강제성이 없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은근슬쩍 확산되는 팁 요구가 불법이라는 것을 사업주도 고객도 모르는 분위기다.

팁은 중세 봉건사회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수고비로 주던 문화에서 유래했다. 신분제의 그늘이 ‘자율적 봉사료’를 명분 삼아 ‘팁’으로 포장돼 미주 유럽 사회에 정착한 셈이다. 하지만 팁이 자율이 아닌 강제사항인 미국에서 급등한 팁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 20~50%에 달하는 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의 팁에 대한 피로감은 상당할 뿐 아니라 팁은 세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별도의 서비스 요금이던 팁이 사실상 인건비로 변질되면서 고용주가 지불해야 할 인건비를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강제 지불하는 ‘팁’에 스트레스를 받는 미주 유럽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팁 없는 문화다. 음식을 비롯해 각종 서비스에 별도의 팁을 요구하지 않는 것에 환호한다. 팁의 원조 국가의 국민도 싫어하는 ‘팁’을 굳이 수입해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안 그래도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중에 불법 ‘팁 문화’가 고착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반사회에서 법보다 구속력 있는 것이 문화다. 팁을 당연시하는 악성문화가 자리할 수 없도록 하려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카카오T처럼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택시 서비스에 팁을 요구하는 자체를 정책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 사업주나 고객들에게도 정상요금 외에 팁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도 메뉴판 등에 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도 근절책이 될 수 있다. 또 시민들도 실제 팁을 요구받을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신고한다면 불법 팁 문화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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