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과 다비작법보존회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7.
대한불교조계종과 다비작법보존회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불교의 전통 화장례 의식인 다비(茶毘)가 이해부족과 전수자 부족 탓으로 끊길 위기에 처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과 다비작법보존회는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을 주제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불교계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이후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다비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로 전승된 불교 장례법이다. 단순히 육신을 태우는 화장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조차 깨달음의 기회로 맞이하는 한국 승가의 수행정신이 담겨있다.

현재 다비를 전승하고 있는 사찰로는 조계종의 범어사와 봉선사, 백양사, 수덕사, 해인사, 태고종의 선암사 등이다. 해인사의 경우 전통방식이 아닌 새로 창안된 다비를 행하고 있다.

다비의 형식은 사찰·문중별로 가지각색이다. 부산 범어사는 지장암 뒤편 돌담 다비장에서 돌담 높이만큼 숯을 깔고 그 위에 관을 놓는다. 숯 위와 관 주위에 새끼 타래를 놓고 생솔가지로 덮어서 다비를 진행한다. 그런가 하면 백양사는 동, 서, 남, 북에 물을 채운 항아리를 땅에 묻고 그 위에 다비단을 설치한다. 화장 후에는 항아리의 물을 체로 걸러서 사리를 수습한다. 수덕사는 시신에 불을 붙이는 거화의식 후 전소 시간이 4시간 정도로 짧다. 숯이나 새끼 등 재료를 쓰지 않고 소나무·솔가지만 사용해 당일 다비를 모두 진행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승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본·말사에서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다비를 설행하고 있으나 봉선사는 일반신도가 담당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 발제자들은 한결같이 다비 의식의 단절을 우려했다. 다비작법보존회 회장 현법스님은 “근래에 다비가 비정례적으로 일부 큰스님 입적 때만 봉행돼 전수자가 부족하고, 설행 기록도 부재해 전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 소장은 “승가 전문가조차도 체계적인 교육과정 없이 큰스님 장례를 봉행하면서 의식을 습득해왔고, 마땅한 전수자도 없는 현실”이라며 “전통 다비의식 복원을 위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근식 동국대 교수는 다비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종단 총무원 산하 부설 기관 혹은 독립된 기관으로 ‘다비 작법 상조회’를 설치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다비는 불교전래와 함께 자연스레 한국의 전통문화로 흡수된 불교 장례법으로 승가 상례 의식집인 편찬과 함께 불교 특유의 의식으로 자리잡았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단절되지 않고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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