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연 3.50%로 5회 연속 동결
美·中 경제 상황 고려한 결정
가계부채·물가안정 등 변수
“금리 인하 논의, 시기상조”
“中 리스크, 내년 성장 영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8.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8.24.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다시 한번 동결했다. 물가 안정이 확실하지 않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가계부채 흐름이 변수로 남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24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 4월, 5월, 7월에 이은 5연속 금리 동결이다. 미 연준이 지난달 말 정책금리를 5.25~5.50%로 인상한 만큼 양국의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00%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가 유지됐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높아진 금리의 영향, 중국의 회복세 약화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중국경제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소비 회복세가 주춤하는 등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수출 부진도 완화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1.4%로 지난 5월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중국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IT 경기 반등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점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올해 중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지난 5월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올해 중 연간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 3.3%를 소폭 상회하는 3.4%로 전망됐다.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원자재가격 변화,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 장기 국고채 금리, 가계대출 증가 규모 상승 등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와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최근 기재위 현안 질의에서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미시·거시적 조치를 하겠다 했는데 어떤 조치인가.

=가계부채가 예상한 것보다 더 증가했다. 금리만의 영향은 아니다. 지난 10월 이후에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이 올라간 상황이었다. 한국은행뿐 아니라 기재위 등 금융당국이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로 시작된 금융 불안이 더 심화되지 않도록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미시 정책을 함께 펴왔다.

이에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 안정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반면에 미시적 정책에 기대하지 않은 효과로 가계부채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책은 한은 혼자서 할 순 없고 미시적 정책을 점검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일은 없도록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이 늘지 않도록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과 기준금리 상황이 바뀌면서 집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당연하다. 부동산 가격 자체를 타깃하고 있진 않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 외에는 미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금통위원들은 향후 3개월 금리 수준을 얼마로 전망하는지, 인하 가능성은 있는지.

=6명 모두 3.75%까지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유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서 우리나라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지도 보고 있다. 연말까지 인상 가능성에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인하에 대해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다.

-미국처럼 한국도 긴축 기조 금리정책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가 상승률을 빠르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긴축 기조로 가게 되면 이론적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많이 안정된 편에 속하고 금방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물가 안정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금리가 경기를 극냉시킬 걱정은 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없나.

=기간을 말할 순 없다. 물가 안정, 금융 안정 상황이 어떻게 될지 보면서 조절할 것이기 때문이 시기를 못 박을 수 없다.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금리정책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꼽았다. 지금 환율 상승은 우려할 수준인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몇 달 지켜본 것처럼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가져갈 건지, 훨씬 오래, 높게 시장이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미시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환율 수준이 적절한 게 아니냐는 것보다는 변동성에 집중해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안 내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만 내린 이유는.

=예상했던 중국경제 성장률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침체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지 7월에 예상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은 아니다.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은 내년에도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금년도 4개월 남았다. 충격이 있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수준인데 금통위원, 전문가 사이에서는 가계부채가 상승하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어떤 수준까지 올라가야 지장이 있을지.

=가계부채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을 본다. 그것보다는 가계부채가 오르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고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80% 수준을 넘어가면 성장이나 안정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급속하게 내리면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내려야 한다. 점진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한은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 정책자문과 함께 유동성 관리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미국 기준금리 결정 전망과 관련해 어떻게 보는지.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0.25%p 인상) 기대감이 있다. 나도 그렇게 본다. 다만 이 부분보다는 회의에서 훨씬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지 봐야 할 것 같다. 9월과 10월 모두 하루하루 움직임에 반응하기보다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중국과의 디리스킹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지.

=중국이 2000년대 전 세계 공장이 되고 우리의 제조업이 성장할 기반을 유지시켜줬다. 이에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이나 새로운 산업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계속 같은 비즈니스를 해 왔다. 중국의 고도 성장에 기대 편하게 성장했던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

=금리가 안정될 것이고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아진 가운데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까 대출을 받자는 인식이 확산된 탓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10여년간 금리가 낮았고 이 때문에 다시 또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있다.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부는 미시적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조절해나갈 것이고 거시정책은 그 다음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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