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물가 인상 견인
8월 물가, 다시 3%대 기록 전망
추경호 “10월 2%대로 돌아와”
이창용 “내년 하반기 2% 중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국제유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2%대로 내린 물가 상승률이 이달 다시 3%대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오는 10월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 중이지만 금융당국은 연말에는 또다시 3%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2% 중반으로 안정화될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꼽힌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 2월 4.8%, 4월 3.7%, 6월 2.7%로 점차 둔화했다. 지난달에는 2.3%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간 전체 물가의 상승 폭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요소는 휘발유·경유 가격이다. 물가 상승률이 6.3%까지 오른 작년 7월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p)였다. 물가 상승분의 1/5 휘발유·경유 가격의 상승으로 설명이 된다는 의미다.

다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이들의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에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15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1700원대로, 경유 가격은 1400원 내외에서 1600원대로 치솟았다. 당시 휘발유 물가는 1년 전보다 25.5%, 경유는 47.0% 각각 급등했다.

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간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p였다. 휘발유가 1년 전보다 22.8%, 경유가 33.4% 각각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1%p 넘게 끌어내린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일평균 1710.1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559.7원으로 17.9%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내림세가 이어졌지만 하락률이 20%가 넘었던 지난달에 비해 그 폭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휘발유(-5.3%)·경유(-17.9%) 가격의 하락률,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휘발유의 가중치(20.8/1000)와 경유 가중치(13.0/1000)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이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47%p가 된다. 지난달과 비교해 약 0.9%p 차이가 난다. 휘발유·경유만으로도 물가 상승률이 1%p 가까이 올라갈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추세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수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6월 배럴당 70달러대 중반이었으나 7월부터 빠르게 상승해 최근 80달러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로 생산자물가도 다시 플러스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4(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0.3% 올랐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내렸지만 농림수산품(4.7%) 등이 상승한 영향이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0.4%에서 2월 0.2%, 3월 0.1%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4월 -0.1%로 하락 전환한 후 5월(-0.4%)과 6월(-0.2%)에도 내리막을 보였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생산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5.1%에서 2월 4.8%, 3월 3.3%, 4월 1.6%, 5월 0.5%로 둔화하다가 6월 -0.3%로 2020년 11월(-0.3%) 이후 2년 7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는 10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분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기여도가 9월 0.48%p에서 10월 0.77%p로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5.6%에서 10월 5.7%로 확대된 바 있다.

추석이 지난 뒤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한 요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물가 상승률이) 8·9월에는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10월 이후로 다시 2%로 돌아와 평균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다시 3%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연말 물가 상승률을 3%대로 예측했는데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말엔 3% 안팎까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기존 예상을 철회하지 않았다.

물가 안정세가 가시화하는 시점은 내년 중반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재는 “석유가 오르면서 파급이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8~9월 넘으면서 3%대로 넘었다가 천천히 떨어져서 내년 하반기 2%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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