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성폭행 잇따르자
韓총리 범죄 예방대책 발표
민간 자율방범대 지원 강화
‘가석방없는 무기형’도 추진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담화문 발표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배석했다. (출처: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담화문 발표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배석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정부가 흉기 난동, 대낮 성폭행 등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이상 동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 조직은 치안 업무 우선으로 재편하고, 경계·순찰 활동 강화, 흉기 소지 의심자 검문검색을 포함한 ‘특별 치안 활동’을 지속하기로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 판단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관계 기관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범죄 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무경찰제는 병역 대상자가 군에 입영하는 대신 경찰에서 복무하면서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제도다. 1982년 신설됐다가 2017년 폐지가 결정돼, 지난 4월 마지막 복무자들이 전역하면서 완전 폐지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범죄와 테러, 사회적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며 “신속대응팀으로 3500명 정도, 주요 대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기존 방범순찰대에 가까운 인력으로 4000명 정도 등 7500~8000명 정도 인력을 순차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병역 대상자의 의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병력 판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 총리는 “기존 병력 자원의 범위 내에서 인력의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기존 범위 내에서 국방부와 우선순위를 협의하겠다”며 “7~9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경찰 조직도 치안 업무 위주로 재편된다. 윤 청장은 “국민이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경찰 인력을 충원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일선 조직인 지구대와 파출소는 4교대 근무가 기본이다 보니 한 시점에 활동하는 인원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많지 않다”며, “근무 시스템을 바꾼다든지, 대도시는 지구대·파출소가 좁은 범위 내에 생각보다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통해 관리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장 활동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진행하고 있는 ‘특별 치안 활동’은 “국민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을 포함해,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 등을 중심으로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고, 경계와 순찰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 행동자에 한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하고, 시민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으로 과감히 제압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범죄 유형에 맞춰 경찰력을 거점 배치하고, 순찰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CCTV·보안등·비상벨 등 범죄 예방 기반 시설도 대폭 확충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경기도 분당에서 차량 돌진과 칼부림이 결합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 14명이 다쳤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부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 당한지 2주 만이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일 경기도 분당에서 차량 돌진과 칼부림이 결합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 14명이 다쳤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부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 당한지 2주 만이다. (출처: 뉴시스)

민간 자율방범대 활동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윤 청장은 “최근 일련의 범죄는 두세 가지 유형으로 요약되는데, 다중 운집 장소에서 일어났던 흉기를 사용한 무차별 범죄에 대응해 경찰력을 집중 운용하다보니 산책로에서의 범죄가 일어나게 됐다”며 “기존에 저희가 가진 경찰력으로는 전체를 ‘커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14만 경찰’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한 시점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명 내외”라며 “나머지 부족한 자원은 자율방범대를 포함한 치안 보조 인력이 조금 더 현장으로 갈 수 있게 해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 예산 편성을 통해 자율방범대를 위한 복장과 활동비, 근무 시설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판단하에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의 도입도 검토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제도 상 전체 (정신질환자) 입원의 35% 정도가 비자율 입원인데, 보호자에 의한 입원과 행정 입원이 있다. 보호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자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이 되고, 행정 입원은 민원 발생 등으로 행정 당국에서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법입원제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독일에 유사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제도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다만 전문 인료 의력과 응급 병상, 정보 연계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인프라 확충을 같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상동기 범죄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방안으로는 “법률, 경제, 심리, 고용, 복지 등 다양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센터’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소개했다.

한 장관은 범죄 피해자 지원과 관련 “최근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먼저 지급보증한 후에 그에 맞춰 지급하려고 한다”며 “범죄 피해자 구호가 대단히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예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여러가지 중요한 외국 행사를 수조원 들여 유치하고 효과를 보는 나라인데, 그런 것을 감안할 때 (피해자 지원에도)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상 동기 범죄 원인에 대해선 “사회적 소외계층 등 잠재적 범죄 요인이 다각적으로 존재하고 소셜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것도 흉악한 범죄를 합리화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상동기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고찰하고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정은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범죄의 원인 파악과 예방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범죄를 유발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보고 ‘이상 동기 범죄’ 등 대체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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