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브릭스 정상회담
30개국 이상 회원 가입 희망
기축통화 등 서방에 ‘도전장’
브릭스로 도전·기회 맞은 남미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왼쪽 건물) 전경. (출처: 연합뉴스) 2023.8.22.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왼쪽 건물) 전경. (출처: 연합뉴스) 2023.8.22.
편집자주

신흥국 연합인 브릭스(BRICS)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브릭스 국가 전체 인구는 세계 인구의 42%, 세계 GDP의 23%, 지구 면적의 30%, 세계무역의 18%를 각각 차지한다. 바야흐로 브릭스가 다극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재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그런 브릭스가 4년 만에 남아공에서 대면 정상회의를 갖는다. 회원국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갈지, 아니면 서구의 전통적인 헤게모니에 따라갈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남미 멕시코 출신 사울 세르나 박사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세르나 박사는 멕시코 푸에블라 소재 아메리카스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울 세르나 박사.
사울 세르나 박사.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현대에는 지정학적 역동(dynamics)이 글로벌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제와 금융, 군사, 무역 분야에서 미국의 단일 패권이 종식되거나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재정의되는 불가피한 과정에 직면해 있다. 지구촌 부의 창출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전통적인 보루를 넘어 모든 국가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22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행사로 부각되고 있다. 브릭스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공(South Africa) 등 신흥국을 일컫는다.

전체적으로 브릭스 국가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 선진 7개국(G7)이 차지하는 25% 남짓한 점유율보다 큰 규모를 이룬다. 브릭스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지구촌 외교와 통상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서방 패권에 도전하는 브릭스

지금까지 앵글로색슨이 주도하는 세계는 개발도상국의 대외 부채 조건을 일방적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제 브릭스는 강압이 아닌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대안적 환경에서 협력과 경제 통합을 수용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구조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경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정상회담은 브릭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체제 패권에 도전하며 글로벌 지정학의 결정적인 주체로 진화하고 있는 경제 지형의 재정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다극화는 오랫동안 서방 금융기관에 종속돼 있던 국가들이 동맹을 다각화하고 일방적인 종속을 피하려는 욕구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가 세계 경제와 국제정치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변화를 의미한다. 30개국 이상이 브릭스 회원 자격을 찾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개념은 사뭇 매력적으로까지 보인다.

◆세계무역서 달러화 비율 급감

G7 시대 국제통화기금(IMF) 격인 브릭스(BRICS)의 신개발은행(NDB)은 최근 지구촌 금융구조 내에서 중요성과 역할이 커져 더 주목받고 있다. 아직 IMF 등 서방 주도 국제금융기구와 동등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달러 이외의 통화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역량은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지구촌 무역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고 그것이 세계 경제, 특히 미국과 미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구촌의 유력한 분석가들과 싱크탱크들의 관심이 부쩍 집중되고 있다.

브릭스는 기축통화(reserve currency)이자 국제무역통화로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브릭스 통화 이니셔티브를 공식 의제로 확정하고 조율하고 있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부인할 수 없는 추세를 확고히 하는 데 분명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신화/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을 통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신화/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을 통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러시아의 브릭스 대상 무역 총액은 지난 3월까지 38%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2022.06.23.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고, 세계 GDP 비중이 이미 G7을 앞지르는 진화를 주도한 것은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에 도전과 기회를 모두 제공하는 현상이다. 지구촌 경제 계층의 재구성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억눌리고 위축돼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 신선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브릭스 바라보는 남미의 시각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은 달러화 축소 과정과 함께 남미 국가들에 대한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라틴 아메리카는 이 새로운 다극 세계질서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무엇보다 남미 국가들은 이 지역을 상품 공급자와 값싼 노동력 공급원의 역할로 몰아넣었던 뿌리 깊은 식민지적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브릭스에 의해 달러화의 능력이 축소된다는 것은 라틴 아메리카가 탈식민을 통해 그동안 열망해온 라틴 아메리카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심오한 성찰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역사적 종속에서 벗어나 식민지적 제약에서 해방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길은 복잡하지만,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흔치 않은 기회도 제시한다. 새로운 세계질서는 신흥국 간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다극관계 구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체통화를 통합하고, 신규 회원국들을 통한 브릭스 블록 확장과 중요한 양자 관계 증진·발전이 이런 비전에 포함된다.

이번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릭스 국가들이 다극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세계는 지구촌 거버넌스와 경제 관계의 변혁적 진화를 목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일본 오사카에서 28일 브릭스 정상들이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AP/뉴시스) 2019.06.28
일본 오사카에서 28일 브릭스 정상들이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AP/뉴시스)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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