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언론인들 사망자 급증”
대부분 분쟁 없는 나라서 발생
언론인 죽어도 정부 나몰라라
“정보 없이는 사람 살 수 없어
목숨 건 언론인 안전 보장해야”

지난 2018년 5월 31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 헥토르 곤살레스 안토니오의 장례식 참석자가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 그는 구타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국제기자연맹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은 전년도에 멕시코 기자 1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지난 2018년 5월 31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 헥토르 곤살레스 안토니오의 장례식 참석자가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 그는 구타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국제기자연맹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은 전년도에 멕시코 기자 1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편집자 주

얼마 전 전직 시청 공무원이자 멕시코 언론인이 괴한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멕시코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언론인들의 사망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 국가들에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극도로 위험한 일이 됐다. 현재 수많은 언론인들이 자기 본연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박해와 피격·투옥에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범죄·부패·폭력에 맞서 취재하는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남미 멕시코 출신 사울 세르나 박사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세르나 박사는 멕시코 푸에블라 소재 아메리카스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울 세르나 박사.
사울 세르나 박사.

전직 시청 공무원이자 멕시코 언론인인 마르코 아우렐리오 라미레즈(Marco Aurelio Ramirez)가 멕시코 푸에블라주 테우아칸(Tehuacan)시에서 차를 타고 집을 나서던 중 무장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지난주 엘 유니버셜(El Universal) 신문이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2일 언론인의 안전과 불처벌의 위험이라는 제하의 보고서 발행을 통해 언론인들의 사망이 놀라운 규모로 증가한 사실을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전쟁 중인 나라에서의 사례도 있지만, 놀랍게도 언론인 살해 사건 대부분이 무장 분쟁이 없는 국가에서 발생했다. 목숨을 잃은 언론인들은 부패와 인신매매, 정치인이 저지른 폭력과 관련된 주제를 취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국가들에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극도로 위험한 일이 됐다. 현재 수많은 언론인들이 자기 본연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박해와 피격, 투옥, 심지어 살해를 당하고 있다. 과테말라의 호세 루벤 자모라(José Rubén Zamora)와 코스타리카로 망명 중인 니카라과 언론인 카를로스 페르난도 차모로(Carlos Fernando Chamorro), 홍콩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기소된 지미 라이(Jimmy Lai) 등이 대표적이다.

◆“언론 입 막으면 사회에 악영향”

언론인 박해는 권위주의 국가는 물론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서도 발생한다. 멕시코의 경우처럼 고위 정치인이 이런 가해에 책임이 있다.

활동적인 언론인이 줄어든다는 것은 해당 사회의 정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멕시코에서는 언론인에 대한 살인이 증가하면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매체를 통해 사회에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언론인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지역 현실을 조명해야 한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한 달에 한 명꼴로 언론인들이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살인이 이렇게 놀라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특정 정부 부문과 마약 밀매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폭력 문제를 비롯해 멕시코 대통령의 언론인 비방, 언론인을 공격하는 범죄에 대한 만연한 면책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특히 언론인에게 저지른 범죄가 제대로 기소되지 않아 누구든지 처벌받지 않고 언론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점으로 꼽힌다. 언론인 공격에 대한 사법적 면책은 언론인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요소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언론인의 목숨을 앗아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면책이다.

◆라디오·방송국 지역 언론 처지는

지역 언론인은 지역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고 지역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인들의 이런 당연한 직업적 요구도 언론인들의 안전에 대한 위험 때문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라디오와 TV 방송국의 보호를 받는 국내 언론인들 역시 높은 수준의 공격 때문에 쉽사리 안전에 대한 위험을 무릅쓸 정도의 면역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광범위한 국내 및 국제 경험을 가진 멕시코 언론인들은 멕시코 정권이 자신들에게 거슬리는 뭔가를 보도한 주요 언론 매체를 공격할 때 언론인 개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한다. 대통령 등 정치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언론인에 대한 증오와 비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멕시코와 다른 일부 나라들에서 민주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이들 나라들에서는 취재하거나 신고하는 경우, 심지어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까지 공격한다. 이는 사회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다.

◆“언론인 공격자에 책임 물어야”

멕시코는 1억 2700만명의 인구 규모와 세계 경제 15위(세계은행 발표 기준) 등 막대한 다문화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알 권리를 잃어 항상 불안한 모습이 연출된다.

우리 사회는 알 권리와 정보를 얻을 권리를 보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조직범죄, 극심한 폭력에 대해 정당한 맥락에서 취재, 보도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언론인들이 죽음 앞에 노출돼 있다.

슬프게도 멕시코는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치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멕시코가 언론인 공격자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아 그들이 언론인 살인과 테러에 따른 처벌을 계속 면할 수 있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완전히 박탈당할 것이다.

이런 제도적 면책은 ‘계속해서 언론인을 죽여도 문제가 없다’라는 면죄부와 다르지 않다. 언론인의 눈과 귀, 목소리를 완전히 차단해 더 이상 국민에게 아무것도 알릴 수 없게 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초대장과도 같다.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정보 없이 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쳐 언론의 자유를 용감하게 지켜낸 모든 언론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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