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쳐 : 지니의 취향저격) ⓒ천지일보 2023.08.20.
(캡쳐 : 지니의 취향저격) ⓒ천지일보 2023.08.20.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30도가 넘어가는데 에어컨을 못 켜게 합니다. 에어컨 리모컨을 자기(사용자)만 가지고 있고, 더워죽겠는데 힘들게 일하고 있어요.”

직장갑질119는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 물류 외에도 공장, 일반사무실 등 다양한 일터에서 기본적인 냉방과 환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제보를 20일 공개했다.

학생에게 수업을 가르치는 A씨는 “원장이 고장 난 에어컨을 방치해 30도가 넘는 강의실에서 냉방 장비 없이 7시간 가까이 강의를 해야 했다”며 “찜질방 같은 그곳에서 오늘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은 평소에도 돈을 아끼셔 에어컨을 고쳐줄 것 같진 않다”며 “이 상황에서 제가 보호받을 방법은 없냐”고 문의했다.

냉방기기 가동 기준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아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B씨는 “저희 엄마가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땀에 절여져 있었다”며 “(들어보니) 날씨가 상당히 더웠는데 공장에서 습도가 80%가 넘지 않았다며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실내 적정 습도가 40%~6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기준이란 것이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최근 폭염에 따른 상황 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면서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예방규정, 산재 사례를 배포했다. 또한 이동식 에어컨 구입지원 사업을 긴급 확대했다. 노동부가 배포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 및 확인 ▲냉방장치 설치 또는 추가적인 환기 조치 ▲35도 이상일 때 매시간 15분씩 휴식 제공 ▲무더운 시간대(14~17시) 옥외작업 중지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심각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와 제52조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런 법과 제도, 당국의 안내에도 노동현장의 온열 질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밝혔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2335명, 추정 사망자는 29명에 달한다. 이 중 485명(20.8%)는 작업장 등 실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였다.

직장갑질119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조 사업주의 의무)에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을 명시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이제라도 ‘에어컨갑질’ 신고센터를 만들어 제보를 받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열 기준과 적용 범위를 정비하고, 작업장 온도가 노동자 생명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권리라는 점을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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