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거북손(Capitulum mitella, kamenote)’의 몸길이는 4㎝, 너비 5㎝ 가량이다. 머리는 거북의 다리처럼 생겼는데 황회색 네모꼴로 된 32~34개의 석회판으로 덮이고 그 사이에 여섯 개의 돌기가 나와 호흡과 운동을 맡는다. 자루 부분은 석회질의 잔비늘로 덮이고 암자갈색을 띤다. 자루 부분으로 바닷가의 바위에 붙어살며 절지동물의 특징은 거의 없다. 바닷물에 잠겼을 때 머리 쪽에서 덩굴 모양의 다리를 내놓아 물을 저어 호흡하며 먹이를 잡는다.

‘거북손’은 거북의 손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고 이명(異名)으로는 ‘귀각(龜脚)’ ‘거북다리’ ‘석겁’이라고도 한다. 울릉도에서는 ‘보찰’ 또는 ‘검정발’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어로도 같은 뜻의 카메노테(カメノテ)라고 한다.

스페인, 프랑스, 미국, 아시안 지역에 서식하며 학명은 ‘Pollicipes mitella’이다. 만각류로 (cirropodo) 다섯갈래 오봉의 껍질을 쓰고 살이 많은 다리(pedunculo)가 해안의 바위에 부착해서 군생하는 갑각동물이다.

‘거북손’은 스페인 북부해안지방 특히 갈라시아와 아수뚜리아스 해안 마을의 고소득 수입원이자 비싼 요리이다.

이곳에서는 허가받은 어부(지역에서는 ‘헌터’라고 한다)만이 채취작업을 인당 6킬로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감자와 함께 손질한 거북손을 끓여 먹는데 감자에 거북손의 맛이 배어들어 맛있다고 한다.

중국 송나라의 문신 서긍(徐兢, 1091~1153)이 단기 3456년(1123, 인종 1년)에 북송 휘종(徽宗)의 사신으로 개성에 왔다가 그가 접한 고려조의 문물을 항목별로 자세하게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제2권 잡속(雜俗)2에 “고려 풍속에 양과 돼지가 있지만 왕공이나 귀인이 아니면 먹지 못하며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면서 ‘거북이다리(龜脚)’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거북손’은 고려시대 그 이전부터 식용했던 것 같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거북손에 대해 ‘오봉이 나란히 서 있다.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안쪽 두 봉은 크다. 황록색이다. 뿌리둘레는 껍질이 있다. 유자와 같으며 습하다. 살에도 붉은 뿌리와 검은 수염이 있다. 맛이 달다’고 나와 있다. 이는 거북손의 5개 석회질 각판에서 5개 산봉우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한치윤(韓致齋, 1765~1814)과 그의 조카 한진서(韓鎭書, 1777~?)가 편찬한 ‘해동역사(海東繹史)’ 물산지(物産志)에도 각종 해산물과 함께 귀각(龜脚)이 기록돼 있고, 송징은(宋徵殷, 1652~1720)의 시문집인 ‘약헌집(約軒集)’이나 중암(重庵) 김평묵(金平黙, 1819~1891)의 ‘중암집(重菴集)’에도 거북손이 기록돼 있다.

혹 거북손과 삿갓조개를 혼동하는데 엄연히 다른 조개다. 거북손에는 숙신산과 타우린 성분이 매우 많이 함유돼 있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에 좋고 필수 아미노산들도 풍부해서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거북손에 비타민B 또한 풍부하고, 임산부들에게 좋다고 알려진 엽산은 비타민B의 한 종류로 임산부와 태아의 발달에 좋은 식재료라 할 것이다.

거북손에는 심장 건강에 좋은 셀레늄, 비타민B가 모두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특히 셀레늄의 경우 강력한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어 노화 방지에도 뛰어난 성분이다.

거북손은 소라나 전복, 조개와 같이 삶거나 데치거나 혹은 찌개와 국류에 첨가해서 먹을 수 있다. 거북손을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5~8분 정도 삶아 주는데, 거북손도 다른 조개류와 같이 너무 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5분에서 8분 사이로 기호에 맞게 삶아 주면 식감은 소라보다 연하고 전복과 비슷한 식감이 나지만 좀 더 쫄깃한 맛이 있다. 삶은 거북손이 식었을 때 검은 부분의 끝부분을 꺾으면 ‘툭’ 소리와 함께 속살을 꺼내 먹을 수 있다. 거북손을 삶은 육수에 칼국수를 끓여 먹어도 좋고 국이나 찌개를 끓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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