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박찬구·이호진 등 사면
재계 “기회 준 것에 크게 환영”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엔
野 “법도 상식도 도의도 없나”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10.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10.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정부가 14일 발표한 광복절 특별사면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등 기업인 12명이 이번 특사에 포함되며 경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한 혐의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던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도 사면되면서 야당에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오는 15일 자로 2176명에 대한 특사를 단행한다며 “이번 사면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국력을 집중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특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박 명예회장은 130억여 원의 배임 혐의로 201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으며,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맡아왔다. 신 전 이사장은 롯데그룹 경영 비리 사건으로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박 명예회장 측은 “앞으로 본업에 더욱 집중하며 경제를 살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신 전 이사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중근 창업주는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에 가석방됐다. 이 창업주는 형기 만료 후에도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으로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이번 복권으로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14일 2천176명에 대해 15일자로 광복절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출처: 연합뉴스)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14일 2천176명에 대해 15일자로 광복절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출처: 연합뉴스)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도 복권됐다.

경제단체는 이날 “경제인들을 경영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인에게 주어진 사업보국의 소명을 되새기고,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면 당사자는 물론 경영계가 경제 활력 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 준법경영에 힘쓰고 양질의 일자리가 더욱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전 구청장이 사면·복권되면서 오는 10월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재출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직 강서구청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서는 이날 오후 강서구청장 보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등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며 김 전 구청장의 재출마 가능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특사 명단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이 대표와 여러 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펼쳐 ‘이재명 저격수’로 꼽혔던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시장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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