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회복 속도↑
중국 소비 관련주 상승세
“저질 여행상품 판매 주의”

[천지일보 인천=남승우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30.
[천지일보 인천=남승우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3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얼어붙은 관광 시장에 활기가 띤 가운데 ‘유커(遊客: 중국인 단체관광객)’ 귀환이라는 역대급 행사를 앞두고 관련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이어진 관광수지 적자가 개선될지도 관심이다.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달해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품질의 화장품 판매 등을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이 잘되는 국가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백화점 업계도 유커를 비롯한 관광객 맞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호텔신라·신세계·JTC·글로벌·글로벌텍스프리 등 면세점 관련주들이 3% 이상 상승했다. 이 외에도 카지노·화장품 관련주도 강세다. 이는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으로의 단체 관광을 허용해 유커가 유입된 영향이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유커의 귀환은 우리나라 관광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46억 5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8년(-70억 6천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였다.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고 올해도 23년째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적자 규모는 2017년 약 147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는 감소세를 보여 2019년 85억 2천만 달러에 이어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31억 8천만 달러까지 줄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43억 3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53억 달러로 커졌고 올해 상반기 적자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22.9% 확대됐다. 한국면세점협회의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도 3월 1조 257억원까지 회복됐다가 3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6월 8543억원까지 줄었다. 이는 엔데믹 이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에 비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관광) 회복세가 더딘 탓이다.

상반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43만 1천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46.9%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52.5% 수준이다. 반면 상반기 우리 국민의 해외관광객은 993만명으로 2019년 상반기의 66%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관광 지출이 115억 6천만 달러로 관광 수입(69억 1천만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코로나 이전 국내 관광객 규모 1위였던 중국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느린 것이 관광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막았다.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 관광객은 54만 6천명으로 2019년 상반기의 19.5%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미국 관광객은 51만 4천명으로 2019년 상반기의 101.1%였다. 오히려 코로나 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또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 관광객은 93만 1천명으로 2019년 상반기의 73.5%까지 회복했다.

홍콩과 대만, 마카오 등의 비(非)중국 중화권 관광객은 57만 8천명으로 60.0% 수준이었고 일본 관광객은 86만 2천명으로 52.1% 수준까지 돌아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출처: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출처: 연합뉴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유커의 복귀로 관광 수입이 증가하고 관광수지 적자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하반기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유커가 입국 가능한 시기가 오는 9월 29일~10월 6일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와 겹쳐 더 큰 호재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업계는 엔데믹 후 면세점이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쇼핑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전용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외국인 전용 홈페이지를 신규 오픈해 운영 중이다. 주요 점포별 주요 맛집 추천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도 제공하고 쇼핑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달부터는 본점을 시작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K-뷰티 투어’ 서비스를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데스크와 텍스리펀 데스크를 5월 확대 이동했다. 이용 혜택도 늘렸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각종 쿠폰과 상품권, 할인 혜택, 프로모션 참여 기회를 지급한다.

이들 백화점의 올해 1~7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전년 대비 490%로 약 6배 신장했고 2019년 대비해서는 2분기 들어 80% 정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잠실점은 전년 대비 210% 신장했으며 2019년 대비해서는 70% 신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도 본점이 460%, 센텀점이 465%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362.7% 신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많은 지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변수가 많아 구체적인 실적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외국인 관련) 많은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유커가 들어온다면 화장품·면세점·숙박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저질의 (여행) 패키지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에서 여행한 것처럼 각 지방의 특산품 등을 더욱 많이 개발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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