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中 정부에 상인들 ‘반색’
“명동 살아야 서울 관광 살아”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중국과의 적대적 외교 불안”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유커(중국 단체관광객)가 와야 명동이 살아요. 명동이 살아나야 서울 관광 전체가 다 살아납니다.”

서울 명동거리에서 ‘구운 오징어’를 판매하는 이모(60대, 남)씨는 12일 오후 기자와 만나 “정부와 관광산업, 상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몇 년간 큰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가 풀려서 유커가 온다고 하니 너무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 관광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한국행 단체 관광 허용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사태 파장이 일었던 2017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중국은 2017년 3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금한령’으로 인해 연간 800만명 이상 한국을 찾았던 중국 관광객은 반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9년 비자 발급이 다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가 덮쳤다.

그 여파로 가뜩이나 줄었던 중국 관광객은 아예 끊어지다시피 했다. 코로나19 회복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개인 관광만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비자 발급 허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씨는 “중국이 6년 만에 단체관광을 허가해 줬다. 한중은 자주 왕래해야 한다”며 “명동의 화장품 가게 손님의 80%가 유커들이었는데 유커가 못 오니 임차인들만 죽을 맛”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후 화장품 가게의 80~90%가 문을 열기는 했지만, 유커가 안 와 장사가 안 돼 임대료를 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노점만 장사가 잘 되고 화장품 가게 등 상가들이 힘들면 불편하다. 서로 잘 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노점상에서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노점상에서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이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명동 상인들은 유커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제 핫바를 판매하는 최모(50대, 남)씨는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비자 발급 허가에 ‘대환영’이다. 개인적으로 중국을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한다”며 “아내가 한족인 데다 중국 하얼빈에 장인·장모님이 있다. 딸은 한국에 있지만 대만 소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와서 음식을 사면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며 “중국인은 음식을 부족하지 않게 사가는 반면, 일본인은 2~3명이 작은 빵 하나만 사 간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로드숍인 템템 2호점에서 일하는 임모(20대, 여)씨는 “유커가 많이 왔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인들이 가끔 와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쓰는 금액대가 확실히 다르다”면서도 “유커가 와서 분위기가 좋아질지는 와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불안정한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지적하며 “유커가 와야 온 것”이라며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15년째 노점상 운영하는 김모(60대, 남)씨는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 보다’ 하지 명동 상인들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유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된 데다가 지금 정부가 중국과 호의적 관계도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비자 발급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정부의 외교가 미국으로 쏠리고 중국과는 적대관계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데 중국과 적대관계로 가면 못 산다. 외교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로드숍인 홀리카홀리카 명동점에 일하는 강모(30대, 여)씨는 “유커가 오면 좋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몇 개월 전부터 그런 말이 계속 나왔지만,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와야지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와도 예전과 같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며 “취업차 한국에 온 중국인이 많이 오고 여행객은 예전같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길들이기’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상인도 있었다.

명동에서 꼬치를 판매하는 최모(50대, 남)씨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단체 비자를 발급해 줘서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면 장사야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나라가 중국 정부에 너무 끌려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 호텔, 항공, 유통 등 관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2.

명동에서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송모(50대, 여)씨는 “외국인들이 홍삼이나 김을 많이 구매한다”면서도 유커가 온다 해도 매출 증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유커가 왔을 때 매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아서 이번에도 와봐야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명동에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던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단체로 명동을 관광하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남은 일정을 보냈다.

이날 종일 비가 왔음에도 명동거리는 잼버리 대원뿐 아니라 일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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