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분당 서현역·대전 대덕구서
‘묻지마 흉기 테러’ 잇따라 발생
인터넷에 살인 예고 글 잇따라 게재
공포에 떠는 시민들 사형제 부활 요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오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오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종교계에서는 사형제도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피해자 인권침해는 생각 안 하나”, “누군가를 죽이려고 한다면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사형으로 알려줘야 한다”, “사형제 부활 제발….”

신림역, 서현역에 이어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등을 계기로 사형제 존치론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공포에 떠는 시민들이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형제에 대한 종교계 입장은 어떠할까. 종교계는 대체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7대 종단이 참여하는 사형폐지운동 단체 ‘한국사형제도폐지범종교연합회(대표회장 문장식 목사)’는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신 국가가 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범죄 피해자에게는 제도적 지원을 넓혀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판단 공개 변론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은 법과 국가에 의해 제한될 수 없는 신의 초월적 영역이다. 생명의 가치는 온 천하보다 귀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받고 존중돼야 한다”며 “정부가 사형폐지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화 절차를 밟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로마의 주교이자 가톨릭 전체의 영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은 죄 없는 사람, 죄 지은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씀”이라며 사형제도의 법적 폐지를 위해 기도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9월 기도지향 메시지에서 “모든 법적 판결에는 항상 희망의 창이 있어야 한다”며 “사형제도는 피해자에게 정의 실현이 아니며 오히려 복수를 부추긴다. 또한 오심을 교정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한다”고 우려했다.

한국 천주교도 교황의 입장과 동일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교황의 말은 인용해 “교황께서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해 선의의 모든 이가 전 세계적으로 움직일 것을 촉구하셨다”며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을 내고 있다. 천주교가 그동안 사형폐지와 대체형벌 도입을 국회에 촉구하는 입법청원 서명 운동은 2006년(11만 5861인), 2009년(10만 481인), 2014년(8만 5637인), 2019년(10만 5179인), 2023년(7만 5843인) 총 다섯 차례 국회에 제출됐다.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김덕진 위원은 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형제의 있고 없고를 이 범죄의 발생 원인과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이런 범행을 결심하는 데 사형제도의 유무와 사형 집행 재개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사형제 부활 요구)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거와 응징은 있어야 하지만, 지금 검거된 사람들의 심리적인 상태라던지, 언론 보도를 통해 본바 이 사람들이 인지하고 범행을 한 건 같다는 생각이 안 들지 않냐”고 되물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여러 흉악범죄를 계기로 지난 26년간 사형 집행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70%에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 존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형을 확정받고 형이 집행되지 않은 수형자는 59명(군 교도소 4명 포함)으로 모두 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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