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천지일보DB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천지일보DB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기세등등하다. 반도체로 주춤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현대차·기아가 2개 분기 연속 상장사 1·2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낼 수 있던 배경에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도 있지만,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우호적인 환율효과에 실적은 더 극대화됐다. 수출이 많은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 237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9797억원) 대비 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2조 2496억원으로 전년 동기(35조 9998억원) 대비 17.4% 늘었다. 이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증가분은 영업이익이 6820억원, 매출이 1조 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현대차는 미국 달러 가치가 5% 늘면 순이익이 1000억~110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뿐 아니라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200~1350원 수준으로 1400원대까지 올랐던 지난해 10월보다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평균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또한 기아는 동 기간 3조 40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조 2340억원) 대비 52.3% 증가했다. 매출은 26조 244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1조 8759억원)보다 2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3.0%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다만 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하면 원자재 매입 부담 등 역효과도 커질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철광석, 알루미늄, 니켈, 구리 등 달러화 결제가 기본인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영업이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환율효과로 치솟은 실적은 환율변동에 따라 부메랑처럼 역기저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 기저효과가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역기저효과가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호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환율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다행인 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다양한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등 미래먹거리 확보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는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 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AI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등이다.

최근 환율·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얻은 이익을 ‘나쁜 이익’이라며 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착각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남긴 같은 현대가의 권오갑 HD현대 회장의 말이 지금의 현대차그룹에 더 필요해 보여 남긴다.

“기업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사업을 담보해 내고, 이를 통해 창출하는 이익만이 비로소 ‘좋은 이익’이다. 환율·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은 이익이 우리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면 오히려 ‘나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영자는 나쁜 이익에 취해 마치 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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