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이에서 버튜버 인기
일본 유튜버 발언으로 시작

코로나19 비대면에 수요 늘어
서브 컬처 인기에 시장 확장

버추얼 최초 ‘명전’ 오르기도
게임·엔터 이어 지자체도 관심

제작 비용 절감·익명성이 장점
많은 소통량으로 팬층 인기몰이
디지털화된 만큼 유망산업될 듯

지난 6월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컴백곡 ‘LOCKDOWN’을 통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멜론 명예의 전당은 24시간 이내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다. 버추얼 걸그룹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올해 1월 명예의 전당 집계 이후 처음이다. (왁타버스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지난 6월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컴백곡 ‘LOCKDOWN’을 통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멜론 명예의 전당은 24시간 이내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다. 버추얼 걸그룹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올해 1월 명예의 전당 집계 이후 처음이다. (왁타버스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전석 매진까지 5분도 안 걸렸대요. 들어갔는데 대기자가 2000명을 넘는 걸 보고 이미 늦었구나 했죠.”

20대 A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A씨가 예매하려고 했던 것은 일반적인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이 아닌 버추얼 아티스트와 유명 아티스트가 함께 진행하는 ‘이세계 페스티벌’ 티켓이었다.

최근 A씨와 같은 젊은 층 사이에서 버튜버(버츄얼 유튜버), 버추얼 스트리머 등 버추얼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향후 버추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웹툰, 음원, 콘텐츠, 게임 등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버추얼 산업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무슨 이유로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를 살펴봤다.

ⓒ천지일보 2023.08.02.가수 김장훈의 부캐인 숲튽훈과 이세계 아이돌이 오는 9월 이세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지난달 27일 1차 예매 당시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세계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가수 김장훈의 부캐인 숲튽훈과 이세계 아이돌이 오는 9월 이세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지난달 27일 1차 예매 당시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세계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익숙하지 않은 말 ‘버튜버’ 뭐길래?

버튜버란 가상을 의미하는 ‘버츄얼(Virtual)’과 ‘유튜버(YouTuber)’를 합성한 신조어다. 모션 캡처 기술로 자신의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를 통해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의미한다.

이 같은 개념은 2016년 12월 일본의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자신을 소개하는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키즈나 아이는 첫 방송 당시 어감이 멋지다며 ‘버추얼 유튜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그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버튜버라는 단어도 확산됐다. 일본, 미국, 영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태국·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도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모은 버튜버들이 활동 중이다.

최근 버튜버가 트렌드화 되기 시작한 데에는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이 컸다.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만큼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하고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수요가 늘면서 버튜버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2D 또는 3D로 구현된 캐릭터가 등장해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기도 하며 시청자들과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눈다. 일부 버튜버의 경우 페이셜 트래킹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표정을 나타내면서 시청자에게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컴백곡 ‘LOCKDOWN’을 통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멜론 명예의 전당은 24시간 이내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다. 버추얼 걸그룹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올해 1월 명예의 전당 집계 이후 처음이다. (멜론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지난 6월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컴백곡 ‘LOCKDOWN’을 통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멜론 명예의 전당은 24시간 이내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다. 버추얼 걸그룹이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은 올해 1월 명예의 전당 집계 이후 처음이다. (멜론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버튜버, 음원 시장도 점거

국내 버튜버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여러 버튜버가 데뷔했지만 서브 컬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고, 202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버튜버 시장에서 선두에 선 것은 스트리머 우왁굳의 ‘사이버 아이돌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이세돌 멤버 전원은 25~31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데뷔 2년차를 맞은 버튜버 걸그룹 이세돌은 지난 6월과 7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내놓은 웹툰 OST인 LOCKDOWN과 Another World를 멜론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등 성과를 내놓고 있다. 24시간 안에 100만회 이상 스트리밍된 앨범들이 오르는 멜론 명예의 전당에 버튜버들이 오른 것은 집계가 시작된 올해 초 이후 최초다.

지난 6월에 발매된 LOCKDOWN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400만을 넘겼고, 7월 21일 발매된 Another World의 경우 발매 일주일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또 공중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에서 각각 10위, 1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9월 오프라인 콘서트도 예정하고 있다. A씨가 예매하려 했던 이세계 페스티벌이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패러블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국내 최초 오프라인 메타버스 페스티벌이다. 이에는 이세돌을 비롯해 가수 김장훈의 부캐인 ‘숲튽훈’, 왁 엔터테인먼트 소속 ‘하쿠0089’ ‘독고혜지’ ‘비밀소녀’ 등 버추얼 아티스트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K-POP 아티스트로는 걸그룹 ‘하이키(H1-KEY)’, 댄스크루 ‘프라우드먼’, 듀오 ‘멜로망스’, 솔로 가수 ‘경서’ ‘지올 팍’ ‘신지훈’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가수 김장훈의 부캐인 숲튽훈과 이세계 아이돌이 오는 9월 이세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지난달 27일 1차 예매 당시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세계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가수 김장훈의 부캐인 숲튽훈과 이세계 아이돌이 오는 9월 이세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세계 페스티벌은 지난달 27일 1차 예매 당시 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세계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3.08.02.

◆버튜버 산업, 어디까지 갈까

국내 버튜버는 이세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3Y코퍼레이션이 출범한 ‘스타데이즈’부터 스트리머 ‘강지’가 이끄는 걸그룹 ‘스텔라이브’, 버튜버 보이그룹 ‘플레이브’ ‘레볼루션 하트’ 등이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멜론에 음원을 내거나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등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비롯해 식품 유통업계도 버튜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버튜버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식품 유통사 켈로그는 지난해 트위치와 함께 자사의 마스코트 ‘호랑이 토니’를 버튜버로 데뷔시켰고, 빙그레에서는 빙그레 자체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실제 광고모델로 기용해 활용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 운영사 스마일게이트에서는 ‘세아 스토리’를 운영하고 있고, 넷마블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를 선보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3Y코퍼레이션은 올해 1월 국내 활동 버튜버들로 구성된 걸그룹 ‘스타데이즈’를 론칭하고 싱글 앨범 ‘STARTDAYS’와 ‘Galassia’를 내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홍보모델을 버튜버로 차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1일 강서구청은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를 통해 버튜버 ‘새로미’를 공개했다. 새로미는 여러 ‘밈(인터넷상 유머 소재)’을 적극 활용한 영상을 통해 15만 조회수(지난달 30일 기준)를 기록하며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버튜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조 8천억원까지 불어났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수요에 대해 “공급자의 제작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들어간다는 점과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팬층 입장에서 아티스트와 다양한 경험이나 소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데, 버튜버의 경우 개인 방송이나 활동을 통해 소통량이 많아지게 된다”며 “이 부분이 기존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에서 느꼈던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향후 버추얼 산업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타 산업 간의 융합을 만들 창출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였다.

그는 “버튜버는 처음부터 그래픽으로 돼 있어 ‘IP(지식재산권)’ 확장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엔터테인먼트 IP가 굉장히 한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모든 것이 다 디지털화 돼 있는 버추얼 산업은 타 산업과 접점을 찾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추얼 산업이 타 산업과 융합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창출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산업 자체는 유망하고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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