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 전남 여수 향일암

일출·일몰 모두 유명한 명소
거북이 바다로 향하는 형세
원효대사 관세음보살 친견해
다도해를 품은 금오산 중턱
상록활엽수 울창한 숲 조성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다. ‘절벽에 세워져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향일암 일출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8.01.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다. ‘절벽에 세워져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향일암 일출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다. ‘절벽에 세워져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리더 랩몬(RM)의 불언 불상 인증샷으로 더 유명해졌다. 해마다 일출 명소를 찾는 사람들이 향일암에 오른다. 경사각이 40도에 가까운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돌계단 좌우로 초록의 나무 잎사귀들이 반긴다. 본지 기자가 최근 찾은 향일암은 녹음과 어우러져 산사의 고즈넉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금오산향일암’이라는 일주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천진불.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금오산향일암’이라는 일주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천진불. ⓒ천지일보 2023.08.01.

◆만행 길 나선 원효대사 지형에 매료

‘금오산향일암’이라는 일주문을 지나면 천진불이 맞아준다. 그중 BTS 리더 RM의 인증샷으로 유명한 불상이 가장 인기가 많다. 나쁜 말을 하지 말라는 불언(不言,)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 평정을 잃지 않는다는 불문(不聞),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피라는 불견(不見). 향일암을 찾는다면 귀여운 천진불과 함께 RM처럼 인증샷을 남겨보면 어떨까.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원효대사 좌선대.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원효대사 좌선대. ⓒ천지일보 2023.08.01.

향일암은 1300여년전 선덕여왕 13년(불기 1671년, 서기 644년) 원효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현재의 관음전 자리에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다. 원효대사(617~686)는 요석공주와 사이에서 설총을 낳고 파계해 허전한 마음을 다스리려 만행에 나섰다. 만행 길 끝에 깨개(들깨가 많은 포구, 현 임포마을)에 다다랐다. 원효대사는 바다의 비릿함도 없이 겨울이면 동백이 피고, 사시사철 숲이 울창해 한겨울의 거센 바람도 막아주는 지형에 매료됐다. 그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나가셨다는 세존도가 바로 보여 기도처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샘이 없어 나오다가 아쉬워 돌아보니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세임을 봤다. 바위마다 거북 등처럼 생긴 문양이 있던 것이 생각났다. 물을 찾기 위해 풍수지리적으로 거북이 소변볼 만한 곳을 찾아보니 샘물이 있어 암자를 짓고 열심히 수행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암자 이름을 원통암이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거북 등 껍질무늬의 바위들.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거북 등 껍질무늬의 바위들. ⓒ천지일보 2023.08.01.

◆암자 동쪽 향해 ‘향일’이라 이름 붙여

‘향일’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인묵대사에 의해 붙여졌다. 고려시대에는 금오암으로 불렸다. 고려 광종 9년(서기 950년) 윤필대사가 원통암의 형세를 보고 금오암(金鰲菴)이라 했으며,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돌산 주민들이 논과 밭 등을 시주해 인묵대사가 관음전 아래에 대웅전을 짓고 금불상을 만들어 봉안했다. 이후 인묵대사는 해를 향하는 암자, 대일여래(비로자나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뜻으로 향일암으로 개명했다. 

1949년 ‘여수지’에는 100년 전 지금의 장소로 옮겨 건축하고 기해년에 이름을 향일암으로 바꿨다는 기록도 있다. 암자가 바위 끝에 붙어 있고 계단 앞은 벼랑인데 동쪽으로 향하고 있어 일출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향일(向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천지일보 2023.08.01.

향일암은 돌산도의 최고봉인 봉황산(460.3m)에서 남동으로 흘러 섬 최남단 끝머리에 아름다운 기암 덩어리로 솟구친 금오산(金鰲山, 323m)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향일암에 가기 위해선 임포마을을 통하기도 하지만 등산로 중 3구간으로 율림재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오산을 통해도 갈 수 있다. 등산로를 걷다 보면 금오도·안도를 비롯한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여수만 너머로 남해 금산이 보이기도 한다. 시선을 바다에 두면 짙푸른 바다와 청명한 하늘이 반기고 산을 둘러보면 거북 등껍질 암석인 영구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르막을 걷다가 느껴지는 더위와 갈증은 금오산 정상과 전망대에서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과 상쾌한 바람에 씻은 듯이 사라진다.

향일암 일원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8.01.
향일암 일원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8.01.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도 선정돼

문화재청은 지난 2022년 12월 20일 금오산 향일암 일원을 국가 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 명승 지정 구역은 여수시 향일암로 1(돌산읍, 향일암)로 6필지 19만 6713㎡의 자연경관이다. 또한 향일암은 미국의 뉴스채널 CNN의 2020년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에 선정됐다.

향일암 주변에는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를 비롯해 곰솔, 소사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예덕나무 등이 절집 주위를 에워싸듯 우거져 있다. 이 일대를 벗어나면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류 등의 활엽수와 소나무가 많다. 향일암이 속한 임포마을은 동백군락으로도 유명하다. 임포마을에서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옆이 모두 동백 숲이어서 초봄이면 붉은 동백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지금은 초록의 나무들이 숲을 이뤄 절벽 위 향일함과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향일암은 화엄사의 말사(末寺)로 왼쪽에는 중생이 서원에 감응했다는 감응도, 앞바다에는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이 화현했다는 미타도가 있다. 향일암 성보로는 목조여래좌상 아미타불, 독성탱화, 아미타삼존탱, 산신탱화, 용왕탱화가 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울창한 동백나무 숲과 조화를 이룬 자연 석문(石門) 해탈문.  ⓒ천지일보 2023.08.01.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울창한 동백나무 숲과 조화를 이룬 자연 석문(石門) 해탈문. ⓒ천지일보 2023.08.01.

◆향일암만의 특별한 경험 ‘신비·깨달음·정’

향일암에서는 몇 가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신비다. 암자를 향해 올라 거북등 부위쯤에서 보면 모든 바위가 거북이 등 껍질무늬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깨달음이다. 향일암을 들어가면 자연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탈문이 먼저 관광객을 맞는다. 해탈문은 자연 석문(石門)으로 특별하고 울창한 동백나무 숲과 조화를 이뤄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든다. 관세음보살을 접견하는 전각까지 향하는 길목마다 7개의 큰 바윗돌로 된 문이 있다. 여기를 통과할 때마다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다는 해탈문을 지나는 것이다. 자연 석문이라 폭이 좁아 서로에 대한 양보와 겸손이 없이는 통과할 수 없다. 문 하나를 지날 때마다 자연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이다. 관음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연리근(根)이 있다. 보통 가지가 붙은 나무를 연지리(枝)라 해 남녀의 애틋한 사랑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연리근에 대해 김옥선 해설사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로 둘 다 상록교목이지만 수종이 다르면 접이 안 된다”며 “한 뿌리로 뭉친 것은 부처님의 사랑이며 굽어살핌이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향일암은 한 뿌리로 뭉친 두 나무가 부부에게는 사랑을, 친구에게는 우정을, 형제간에는 우애의 따뜻한 마음을 품고 가는 곳이다.

다도해를 품은 금오산의 전망과 숲과 기암괴석이 주는 안온함, 산사의 고즈넉함과 함께 금오산 형세가 주는 상서로움까지 향일암을 찾아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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