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우 산사태까지 겹쳐
실종자 찾았지만 신원 확인 필요
해병대 수색 실종자 찾아 구슬땀

[천지일보 예천=남승우 기자]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119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천지일보 예천=남승우 기자]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119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극한호우로 4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장마가 19~21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주말 이후 또 큰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19일 폭우 피해 응급복구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산사태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경북 예천군의 실종자는 파악된 수만 현재 8명이다. 이 중 3명이 이날 발견됐다. 여성 시신 1구는 이날 오전 해병대 수색대에 의해 경북 예천군 용문면 제곡리 하천 일대에서 발견됐다. 또 다른 여성 시신은 정오께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일대에서 경찰 수색견에 의해 발견됐다. 오후 3시 35분께 119특수구조단에 의해 발견된 남성 시신은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자택 인근 1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 남성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에 출연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은 실종자는 5명이다. 실종자를 찾았지만, 신분 확인을 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예천 장례식장 관계자는 “경찰이 신분 확인을 위해 검사한 후 가족들에게 연락하게 된다”며 “이후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고 장례절차가 꾸려진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예천=남승우 기자]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119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천지일보 예천=남승우 기자]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119소방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실종자를 찾기 위해 해병대 1사단 신속기동부대도 수색에 나섰다. 예천 한천 일대에 475명, 석관천 일대 388명, 내성천 하류 43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교에서 삼강교 구간에는 드론과 소형고무보트 8척이 투입됐다. 수색과 별도로 은풍면 동사리와 송월리, 감천면 벌방리와 진평리에 제독차, 양수기, 급수차 등이 투입돼 도로와 주택을 복구하고 토사를 제거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 7여단 전투지원중대 김재성(20) 병장은 “17일부터 투입돼 18일 오전 8시경부터 본격적인 탐색작업을 시작했다”며 “모든 피해가 수습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복구를 진행하는 와중에 지속해서 비가 오다 보니 쓸어내린 토사가 다시 흘려내린 경우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이나마 어머니 아버지들의 시름을 덜어 드릴 것으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임시 주거시설로 운영 중인 예천군문화체육센터 내 텐트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임시 주거시설로 운영 중인 예천군문화체육센터 내 텐트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7.18.

한편 예천군은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을 운영 중이다. 18일 현재 텐트 26개를 설치, 24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재민 현황은 감천면 천향 2리 남 16명, 여 22명, 감천면 덕율리 2리 남 1명, 여 1명, 효자면 남 1명, 보문면 수계2리 남 1명, 여 2명 등 총 44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권태섭(70, 남, 천향리)씨는 “대구서 귀촌한 지 15년 됐다”며 “400여평의 사과밭이 산사태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거스를 수 있겠나. 순리대로 따를 뿐”이라고 했다.

만약에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임시 주거시설을 찾은 주민도 있었다.

김태선(85, 여, 천향리)씨는 “비가 올 때마다 집 뒤쪽이 무너지고 피해를 입을까봐 불안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우리 집은 다행히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 주변이 피해를 많이 봐 혹시 피해볼까봐 대피소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극한호우가 지나간 후의 집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7.18.
[천지일보=송해인 기자] 극한호우가 지나간 후의 집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7.18.

조용하고 평온했던 산골 마을이 극한호우로 삽시간에 사라졌다. 복구작업과 수색이 한창인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어 주말 또다시 비가 예고된 가운데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직 복구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감천면 벌방리의 한 주민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모든 걸 다 잃었다”고 할 말을 잃은 듯 한숨만 쉬었다.

예천군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현재 주민 대피 인원은 448명에 이른다. 시설 피해 현황은 도로 27개소, 소하천 및 지방하천 유실 20건, 상하수도 시설 파손 37개소 등의 시설물이 파손됐다. 주택 파손 67동, 농경지·축사·가축 피해 또한 다수 발생했다.

호우에 따른 조치 상황으로는 총 8075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 716명, 경찰 625명, 군부대 2949명, 행정 2335명, 민간 1450명이다.

군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과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아직 호우가 예보되고 있으니 위험 지역에는 접근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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