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뾰족해 강풍에 취약
추락 인한 인명사고 우려
지자체 철거 지원 나서자
교계 “종교탄압” 반발도

 

24일오전 4시 37분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건물 6층 옥상의 교회 첨탑이 부러졌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18.8.24
24일오전 4시 37분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건물 6층 옥상의 교회 첨탑이 부러졌다.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 2018.8.2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여름 장마철을 맞아 ‘역대급’ 물 폭탄이 전국을 휩쓸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교회들의 낡은 첨탑에 대한 안전 우려가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장마 후 강한 태풍이 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와 강풍에 취약한 교회 첨탑에 대한 점검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회 첨탑은 대개 길고 뾰족한 형태로 건물 옥상에 설치된 특성 탓에 강풍이나 태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첨탑이 강풍이나 태풍으로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8월 태풍 링링 상륙 당시에는 수도권에서만 10여개의 교회 첨탑이 추락했다. 2020년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당시에도 전북 군산과 부산 사하구, 인천 남동구 등 각지에서 교회 첨탑이 강풍에 넘어졌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추락한 첨탑에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 인천 남동구, 교회 첨탑 철거 지원  

장기화한 장마 속에서 태풍까지 전망되는 가운데 지자체에서는 교회 첨탑 등에 대한 안전진단에 돌입했다. 인천 남동구청은 지난 16일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노후화된 교회 첨탑 철거를 지원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동구청 조사에 따르면 지역 교회 620곳 중 49곳의 첨탑이 정밀 안전 점검이 필요할 정도로 낙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구는 대상지 49곳을 찾아 균열 발생과 기울어짐 등에 대해 합동 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일부 시설물에는 시정 명령 등을 내리며, 교회 1곳당 최대 500만원의 철거비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남동구를 시작으로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에서도 교회 첨탑에 대한 안전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회 첨탑 철거 지원과 관련해 일각에선 종교계가 반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 역시 지난 2021년 시내 교회 첨탑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며  D·E 등급의 노후·위험 첨탑에 한해 철거비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교계 내에서는 “종교 탄압 정책”이라며 반발 여론이 형성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8년 4월 서울 시내 한 교회 첨탑이 강풍으로 인해 도로 위에 추락한 모습. (출처: 서울시)
지난 2018년 4월 서울 시내 한 교회 첨탑이 강풍으로 인해 도로 위에 추락한 모습. (출처: 서울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십자가 탑 철거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기존의 작은 교회 (십자가 탑)들은 철거대상 등급이 나올 것이고 수많은 철탑이 철거될 것”이라며 “철거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해준다지만 작은 교회들은 다시 세우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종교탄압”이라며 첨탑 철거 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당시 6만여명이 동의했다. 

◆ 교계선 “첨탑 왜 필요하나” 논쟁

교회 첨탑은 종교계 내에서도 논쟁거리다. 교계에서는 교회 첨탑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일부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난 교회 첨탑이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늘리고 있다”며 “첨탑을 허물고 십자가 조명을 꺼서 교회 존재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교계 신도는 “대체 언제부터 높은 첨탑이 기독교의 상징이었나. 교회에 첨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성경에 쓰여있나”라며 “기독교가 한창 성장할 때 목사들은 밤에 빨간 십자가 조명이 가득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일반인들은 흉물스럽다며 기겁을 했다. 이는 세를 과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자발적으로 십자가 탑을 철거하고 십자가 조명을 끄는 등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십자가의 상징성을 이유로 철거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기독교계 인사는 칼럼을 통해 “기독교 핍박의 역사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치우는 것은 오히려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태풍 등으로 첨탑이 무너지고 대형 사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 교단과 개교회가 안전관리 지침 마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주제삼교회 신영균 목사는 예장통합 기관지 칼럼을 통해 “안전 불감증에 빠진 것은 교회지도자들도 예외가 아니다”며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교회 재난에 대비한 시설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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