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재 사망자 13명 집계돼
“둑 터지기 전 조짐 있었을 것”
참사 약 5시간 전 ‘홍수경보’ 발효
단 몇 분 만에 차량 16대 잠겨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인명구고 작전을 펼치고 있다. (c)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인명구고 작전을 펼치고 있다. (c)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 충북=홍나리·김동현 기자] "분명 둑이 터지기 전에 조짐이 있었을 거예요. 비가 그렇게 내리는데 지하도를 안 막았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이해 안 가요."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청주시 하나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조유진(22)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로 6만t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단 몇 분 만에 차량 16대가 잠기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변이었다. 이에 본지는 청주시청, 충북도청 등 관계 지자체에 연락해 당시 상황에 대해 답변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담당자가 아니라는 등 이곳저곳으로 핑퐁하듯 돌리는 전화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째인 17일 오후 장례식장 입구에는 탈수와 탈진으로 부축을 받는 유족, 착잡한 표정으로 모여 담배 피우는 시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식을 접한 유족과 지인들은 황망한 표정들로 사망자들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충북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c)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충북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c)천지일보 2023.07.16.

입구에서 만난 20대 사망자의 친구 조유진씨는 "지상이 통제되면 지하도 당연히 통제가 됐어야 했다"며 "왜 거기를 안 막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또다른 지인 김인혜(23)씨는 "3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아직도 개선이 안 됐다"며 "안전재난문자가 왔긴 하지만 그걸로 부족하다. 청주시는 안전불감증이 있는 것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앞서 일어난 부산 지하차도 사고를 언급하며 시의 초동대처를 지적했다.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 초량1 지하차도에서 일어난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는 부산 지역에 시간당 최대 81.6㎜의 호우가 쏟아졌을 때 초량1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밀려든 물에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이다. 당시 폭우 속 지하차도의 교통통제가 부실했다는 점과 지하차도 시설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재난당국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이른바 '인재사고'라 지적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먼저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연합뉴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수습된 시신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수습된 시신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 참사 현장과 인접한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참사가 일어나기 약 4시간 30분 전이다. 이어 쏟아지는 비로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 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사건 당시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조사에 따르면 오송 궁평2지하차도 경우도 차량 통제가 늦어졌고, 배수시설 작동이 미흡했던 정황이 나온다. 자동차단 시설이나 원격 차단 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청주시 급행버스 747번이 사고 당시 빗물로 인해 노선을 바꿔 피해가 더 컸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20대 피해자의 고등학교 동창인 김소연씨 등 2명은 "평소에도 오송역을 가기 위해 747번을 이용하는 데 이번 사고가 났던 노선으로는 가본 적이 없다"며 "비가 와서 노선을 좀 변경했다고 들었다"고 착잡해 했다.

이른바 '극한호우'로 하천물이 불어났기 때문에 미호천과 인접한 궁평2지하차도는 조기에 통제됐어야 한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평소 미호천이 범람할 때도 큰 피해가 없었던 인근 강내면 상가 전역까지 침수되면서 행정적인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지난 16일 강내면 상가에서 만난 시민 함운규씨는 "미호천이 범람해도 이곳은 원래 배수가 돼야한다"며 "행정적으로 뭔가 탈이 있었는지 이런 부분은 차차 밝혀지지 않겠나"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육군 공병부대 및 특전사 장병들이 청주 오송 궁평지하2차도 침수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전을 위해 양수장비로 물을 빼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육군 공병부대 및 특전사 장병들이 청주 오송 궁평지하2차도 침수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전을 위해 양수장비로 물을 빼내고 있다.

청주시청, 충북도청 등 관계 지자체에 연락해 당시 상황에 대해 답변을 듣고자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충북도에서는 "해당 내용은 자연재난과와 연락하라" "대변인실 또는 홍보실에 문의하라"면서 전화를 계속 돌렸다. 정작 충북도 대책본부 대변인은 "재난안전실 창구로 문의하"고 답했다. 이어 도 관계자는 "오늘 수습 후 도청에서 사고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충북도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관련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충북 소방본부 관계자는 "최초 제방 유실 관련 신고 접수 후 펌프차가 출동, 둑이 무너지는 것을 대비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어 시 당직실에 3회, 구청에 7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해 사고 당시 지자체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통통제에 대해 청주시청 재난관리팀 관계자는 "이곳은 사회재난팀"이라며 "자연재난팀으로 연결해 줄 테니 담당 팀장에게 물어봐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또한 도 재난안전실창구는 "도로관리사업소 연락처를 알려줄 테니 거기에 매뉴얼을 물어보라"고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재난 매뉴얼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못 하고 얼버무리면서 "다른 사람과 통화하라"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현재 참사 현장은 진흙으로 인해 흙탕물을 빼내는 배수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수 작업이 80% 이상 진행됐지만 지하차도 중심부는 폭우로 유입된 흙탕물이 여전히 상당량 고여있어 정확한 사상자와 피해 규모 수색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현재까지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번 참사와 관련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방침이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 지하차도 부근에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7.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 지하차도 부근에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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