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모인 하나병원 ‘눈물바다’
“안일한 대처에 피눈물 나와”
실종자 가족, 애탄 기다림만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충북 청주시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인 조모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충북 청주시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인 조모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김민희·홍보영·홍나리 기자]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얼마나 유가족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지 아십니까?!”

16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충북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은 울음바다였다. 이곳에서 만난 희생자 조모씨의 외삼촌 김태희(49, 남)씨는 “출입 통제만 됐어도, 경찰차만 와 있어도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만 되뇄다.

김씨의 조카는 초등학교 교사로, 결혼한 지 두 달 된 새 신랑이었다. 조씨는 천안으로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태워다주는 길에 하천물이 덮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씨는 “충북도청에서 공무원이 나와서 ‘2019년에 차도가 개통해서 이런 일(폭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왜 얼굴도장 찍으러 와서 사람 마음을 더 뭉개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져서 문책받을 사람은 받아야 몇 명이 될지 모르는 희생자들이 하늘나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얼마나 유가족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충북 청주시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충북 청주시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천지일보 2023.07.16.

이날 하나병원 본관 로비와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수십명의 실종자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며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구급차를 둘러쌌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37분께 사흘간 계속된 비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천 제방이 터졌다. 둑에서 넘친 물은 약 2~3분 내로 순식간에 터널을 덮쳤다. 화물차 2대, 버스 1대, 승용차 12대 등 약 15대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유가족이 황망한 얼굴로 물바다가 된 논두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지하차도 양방향에서 중앙 부분으로 향하며 수색 작업을 벌였다. 궁평 방면에서 잠수부 2명이, 세종 방면에서 구조대 8명이 보트 2대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후 소방 당국 등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하는 가운데 진흙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후 소방 당국 등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하는 가운데 진흙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현장 목격자들은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 최초로 투입됐다는 방수용(63, 남)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3~4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관계 공무원이 아무도 없었다”며 “충북도청, 청주시청, 충북경찰청이 미연에 CCTV를 확인해 현장에 공무원이 와서 교통 통제만 했어도 이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사고 현장 인근 동네는 침수 피해로 복구가 한창이었다. 흥덕구 강내면에서 오전 5시 30분부터 침수된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던 함운규씨는 “피해 복구까지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손해는 말도 못 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함씨는 이곳에 침수가 있게 된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미호천 물이 원래는 배수돼야 하는데 안 빠지더라”며 “행정적으로 뭔가 탈이 있었는지 이런 부분은 차차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후 군, 소방 병력 등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하는 가운데 진흙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오후 군, 소방 병력 등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하는 가운데 진흙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6.

강내면 봉사대장 안병인씨는 침수된 편의점에서 물품을 수거하고 있었다. 안씨는 “물건이 전부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물에 잠겼다“며 “주변 상가도 싹 다 침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봉사자 20명이 다 나와 있고 다른 단체 봉사대도 거의 다 나와 일손을 거들고 있다“며 ”면사무소와 시청을 통해 봉사센터에도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침수 사고로 9명이 숨졌다. 지하차도 내 남은 실종자는 10여명으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소방 당국은 밤샘 배수 작업과 물막이 공사로 지하차도 수면 위 1m 공간을 확보했다. 이날 오전 6시께부터는 잠수부를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특전사 등 인력 399명과 장비 65대가 투입된 상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장마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에서 33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오송 지하차도에서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되고, 경북에서 사망자가 1명 늘어 사망자 수는 총 3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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