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5명·327명 대피해
집계 제외 인명피해 2건
주택·車 잠기고 정전 속출
주말 동안 많은 비 예상
복구차질·추가피해 우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밤사이 서울 전역에 내린 폭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14일 서울 이촌한강공원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차량을 침수된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밤사이 서울 전역에 내린 폭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14일 서울 이촌한강공원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차량을 침수된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14.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대 400㎜가 넘는 강한 비가 전국적으로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인·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일가친척이 토사에 매몰돼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고 1명은 사흘 넘게 실종돼 발견되지 않고 있다. 11개 시·도 327명은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주택 22채와 차량 63대가 물에 잠기고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여의도 면적의 29배에 이르는 농작물도 침수 또는 유실·매몰 피해를 봤다. 이러한 가운데 주말 내내 ‘물폭탄’이 예보된 만큼 응급복구 차질과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4일 오후 11시까지 집계된 인명 피해가 사망 2명, 실종 1명, 부상 5명이라고 밝혔다. 직전 집계치(14일 오후 6시)보다 사망 2명, 부상 3명이 더 늘었다.

이날 오후 4시 2분께 충남 논산시립납골당에서 비탈면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일가친척 4명이 매몰됐다. 이로 인해 70대·80대 부부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이들의 사촌과 손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용인시 고속도로를 덮치면서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오후 5시 50분께에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대리 야산에서 주택 내부로 토사가 유입되면서 61세 여성이 다리를 다쳤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 주변에서 실종된 68세 여성이 사흘이 지나도록 여태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인원 167명과 장비 20대를 동원해 A씨가 실종된 지점으로부터 약 1.8km 떨어진 하천 복개 구간을 집중 수색했다.

세종 누리동 남부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낮 12시 54분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던 인부 4명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모두 건강 상태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 낭산면 삼담리에선 50대 부부와 20대 남매 등 일가족 4명이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이 가족은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다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에 주변이 침수되면서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우가 아닌 ‘안전 사고’로 분류돼 인명 피해 집계에서 제외된 사례는 2건이다. 이날 오후 5시 34분께 충남 아산 봉재저수지에서 낚시 중 발을 헛디뎌 실종된 77세 남성과 지난 11일 경기 여주 소양천 주변을 산책하다 실족사한 75세 남성이다.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일시 대피한 인원은 11개 시·도 44개 시·군·구 183세대 327명이다. 직전 집계치(9개 시도 33개 시군구 118세대 216명)보다 2개 시도 11개 시군구 65세대 111명 늘어났다. 이 중 135세대 243명이 여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중대본이 가동된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27건 51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도로 장애물 제거와 간판 철거 등 2006건을 안전 조치하고 607개소 1323t의 급·배수 지원을 실시했다.

당국은 현재 북한의 댐 방류에 대비해 소방 예방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간밤에는 4만 5000ℓ급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1기를 수도권에, 3만 5000ℓ급 1기는 경북·울산 권역에 각각 전진 배치했다.

강한 비로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도로 파손·옹벽 파손·토사유출·하천제방유실 등 공공시설 26개 피해와 주택침수·차량침수·옹벽파손·어선피해 등 사유시설 64개 피해가 발생했다.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부산에서 건물 벽면이 떨어져 나가거나 가로등이 기울어지는 등 안전 사고가 잇따랐다.

전날 오전 6시 30분쯤 사하구 감천동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부러진 나무가 차량을 덮쳤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날 오전 9시 25분께 도시철도 3호선 숙등역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져 통신선에 걸리는 사고가 있었다.

도로 75곳, 하천변 산책로 699곳, 둔치주차장 190곳이 통제됐다. 국립공원 20곳의 428개 탐방로도 통제 중이다. 철도는 15일 영동·태백·경전선 전 구간이 통제되고 호남선 서대전~익산구간과 충북선 제천~충주 구간이 운행 중지된다. 여객선 90척도 운항 중단됐다.

농작물 8437.9ha와 농경지 2.5ha가 물에 잠기거나 매몰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ha)의 29.1배에 달한다. 양식장 파손, 과일 떨어짐, 벼 쓰러짐 등 농·축·수산업 분야 피해는 장대비가 지나간 뒤에야 본격적으로 집계된다.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서울 도봉구 2123세대와 서대문구 2000여 세대가 한때 전력이 끊겼다가 복구됐다. 경북 상주·의성·포항 793세대 및 9개 점포, 부산 연제·수영 5220세대, 전북 완주 620세대, 광주광역시 광산구 900세대도 각각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가 정상화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한전을 통해 파악된 정전 피해는 총 20건 7204호에 달한다. 이 중 6718호가 복구돼 93.3%의 복구율을 보였다.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오후 11시 기준 20건으로 직전 집계치인 18건보다 2건 불어났다. 사적 10건, 천연기념물 5건, 국가민속문화재 3건, 국가등록문화재 1건, 명승 1건이다. 현재 응급복구를 마쳐 문화재긴급보수사업 예산을 신청 접수 중이다.

현재 교육부를 통한 학교 피해 현황도 파악 중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학교 3개교가 침수·파손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중대본 공식 집계에는 반영되지 않다.

전국적인 폭우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주말까지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피해 규모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5~16일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내륙·산지, 충청권, 전북권, 경북 북부 내륙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이 기간 예상 강수량은 충청권, 전북, 전남권(남해안 제외), 경북 북부 내륙 지역은 100∼200㎜(많은 곳 충남권, 전북, 전남권 북부 300㎜ 이상)로 예보됐다.

같은 기간 경기 남부, 강원 중·남부 내륙·산지, 전남 남해안, 경상권(경북 북부 내륙 제외), 울릉도·독도 30∼80㎜의 비가 내리겠다. 전남 남해안 지역과 경남권은 150㎜가 넘는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강원 남부 내륙산지 경북권 남부 일부 지역도 100㎜ 이상 비 소식이 예보됐다. 제주도(남부·산지 제외)에 5∼40㎜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고 돌풍과 천둥·번개가 치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산업부는 1차관이 오송 제2산업단지 긴급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국무총리 주재 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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