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두 분기 연속 상승했으나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면서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77로 집계됐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금리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맞이하면서 소매 경기 기대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이미 높은 금리·물가 수준으로 인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화돼 소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업태가 기준치를 하회한 가운데 대형마트가 (87→93)가 가장 높은 전망치를 보였다. 편의점(80→86), 슈퍼마켓(58→71), 온라인쇼핑(66→71)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반면 백화점(94→79)만 유일하게 기대감을 낮췄다.

대형마트는 93을 기록하며 업태 중에서 가장 높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가계 소비 여력 약화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지만 필수재인 식료품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은 데다 고물가로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부터 준비해온 먹거리, 체험형 공간 마련을 통한 매장 재단장 효과가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은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아이스크림, 음료, 주류 판매량이 증가하는 최대 성수기인 데다 고물가에 따른 도시락 등 가공식품 매출이 늘면서 불황기에 강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지난해 대비 5% 인상된 최저임금 부담은 전망치 상승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백화점은 79를 기록하며 업태 중 유일하게 기대감이 하락했다. 엔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재개로 백화점 성장을 견인하던 명품 매출이 둔화되는 데다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제약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산업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최근 매출 성장률이 꺾이고 구매 건수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마켓(71)은 고물가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로 주력상품인 식품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그간 심혈을 기울여 온 배송서비스와 PB상품 강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망치가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온라인, 대형마트, 편의점과의 경쟁 심화로 경기기대감이 여전히 낮게 형성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쇼핑은 코로나19 이후 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에 따르면 분기별 매출성장률이 두 자리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엔데믹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에 맞춰 여행, 문화, 레저 관련 서비스 상품군을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대응 중이거나 역점을 두는 경영전략으로는 비용 절감(56.2%), 수익개선(32.6%), 온라인채널 강화(26.6%), 프로모션 강화(18.8%), 오프라인 강화(12.8%) 등을 차례로 들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엔데믹으로 일상생활이 점차 정상을 찾아가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이 채울 수 없는 오프라인 유통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즐겁게 체험하고 즐기면서 소비자들이 그 공간을 다시 찾고 싶도록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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