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비 2022년 중국 생산법인 매출 감소액 상위 10.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3.07.05.
2016년 대비 2022년 중국 생산법인 매출 감소액 상위 10.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3.07.05.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한 지난 2016년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법인 매출이 6년 새 13%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하면 매출 감소 규모는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최근 6년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 424억원으로, 2016년(127조 7292억원) 대비 13.1%(16조 686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매출이 급증한 국내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2016년 117조 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 4485억원으로 43조 7815억원(3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 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 9003억원으로 무려 15조 2284억원(75.7%) 급감했다. 국내 기업 중 10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현대차 중국 법인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 7996억원에서 1조 8835억원으로 80.8%(7조 9161억원) 급락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6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국내 부품 업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1조7051억원으로, 2016년(8조 8746억원)과 비교해 80.8%(7조 1695억원) 급감했다. 현대트랜시스(-55.1%), 현대위아(-62.7%), 성우하이텍(-71.4%), 현대케피코(-74.3%) 등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6년 대비 2022년 업종별 중국 생산법인 매출 변화.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3.07.05.
2016년 대비 2022년 업종별 중국 생산법인 매출 변화. (제공: CEO스코어) ⓒ천지일보 2023.07.05.

삼성전자도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위축으로 2016년 17조 1236억원이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지난해 9조 6798억원으로 43.5% 줄었다. 2021년 후이저우 공장을 청산한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법인 매출도 2016년 10조 7831억원에서 지난해 5조 4035억원으로 49.9% 급감했다.

과거 중국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내 자동차, 전자 대표 기업들이 중국에서 매출이 6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배터리와 반도체 등은 중국 내 시장 확산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중국에서 역대급의 실적을 터트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액은 12조 8458억원으로, 2016년(2조 4167억원) 대비 431.6% 급증했다.

삼성SDI 중국 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 4250억원으로 6년 새 483.5%(4조 4952억원) 확대됐다.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톈진 생산법인은 2558.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 역시 지난해 2조 9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K-반도체의 매출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 시안법인(SCS)의 매출액은 2016년 4조 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 6798억원으로 133.1% 증가했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 6억원에서 지난해 7조 5454억원으로 151.5% 늘었다.

한편 지난 6년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가운데 매각되거나 청산된 중국 법인이 46곳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각된 중국 생산법인은 30곳, 청산된 법인은 16곳이었다. 매각된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 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 198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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