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이청청 인터뷰


여성의류 브랜드 ‘LIE’ 운영

최근 패션계서 핫하게 떠올라

60여개 해외 매장 입점되는 등

세계 패션 시장에 문 지속 두드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파리, 뉴욕, 런던 패션위크(패션쇼 주간)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이 무대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다는 건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말일 게다.

K-패션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등 국내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는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인물이다. 올봄에도 서울 패션위크를 주도했다.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언론 매체 등에 자주 노출되며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웃음 짓는 그에게 한국 패션의 특징을 물으니 “다른 나라와 달리 훨씬 역동적(다이나믹, Dynamic)”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해외에서의 한국 패션의 위상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게 패션계 안팎의 평가다. K-POP, K-DRAMA 등 한국 문화가 각광을 받으며 덩달아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고 해외 매체와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만간 한국 패션이 아시아에서 넘버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았는데, 절묘하게 어우러진 시대 흐름과 함께 젊은 디자이너의 단순한 패기만이 아닌 ‘실력’이 뒷받침된 자신감의 발로라 좋았다.

다만 해외나 가까운 일본만 해도 유명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수퍼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사정이 아직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여성의류 브랜드 ‘LIE(Life is an expression)’를 이끌며 60여개의 해외 매장에 입점되는 등 세계의 문을 지속해서 두드리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이다. 그의 열정이 담긴 ‘LIE’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게 목표인 셈이다. 나아가 그는 LIE가 패션의 범주를 넘어 우리 삶과 밀접한 ‘라이프스타일’까지도 연출해 나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어려운 점은 항상 많지만 여전히 패션이 재미있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도전 욕구가 샘솟는 분야다.” 어느덧 10년차 디자이너로 자리매김 중인 그에게 세계적 성공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상봉 아들로 주목 받았지만 부담도

“극복하는 과정… 사회적 이슈도 늘 생각”

올해 서울 패션위크서 ‘PLUR’ 주제 선보여 화제

◆파리‧뉴욕 등 패션위크 참여로 주목

이청청 디자이너는 커리어(경력)도 화려하다. 10년 전 세계 최고 패션학교로 알려진 런던의 Central Saint Martins 남성복을 졸업하고 곧장 런던 패션위크에 남성복으로 데뷔했다. 그러다가 여성복 시장에 매력을 느껴 시작하게 됐고, 이후 현재의 여성의류 브랜드 LIE로 세계 4대 패션위크 가운데 밀라노를 제외한 파리와 뉴욕, 런던 등 3개의 패션위크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곳들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과를 내면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그의 아버지가 패션계의 거장 ‘이상봉’ 디자이너라는 사실이다. 그가 패션계에 종사하는 건 어쩌면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세간의 시선을 받은 동시에 아버지는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부담이 됐지만 쇼를 진행하면서 이를 극복해왔다”는 그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며 “아버지라서 라기보다는 선배로서 걸어온 디자이너의 길, 거기서 그간 보여 온 패션에 대한 실로 대단한 노력과 열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한 이상봉 디자이너 역시 그의 무대를 빠트리지 않고 찾아 응원하고 있다.

이들 부자의 디자이너로서 걷는 길은 결을 달리했지만 닮은 부분이 많았다. 아버지는 오트 꾸뛰르(Haute Couture, 수제복) 작업을 많이 하는 반면, 그는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 기성복)를 주로 취급한다.

그러나 무대에 옷을 올릴 때는 아버지(세월호 컬렉션 등)와 같이 컬렉션(발표 작품) 주제와 맞물린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환경 보존 문제나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 사람 간의 사랑과 존중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그의 컬렉션에 담길 때가 많다.

특히 올해 3월 서울 패션위크 때도 현재 세대에게 꼭 필요한 키워드(단어)들이라고 여겨지는 PLUR(peace, love, unity, respect)를 주제로 테디베어 뮤지엄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요즘 세태에 요구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간에 존중과 사랑이 너무 필요한 시대”라면서 “서로 간에 존중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등의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구상했다. 늘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여성의류 브랜드 LIE가 ‘삶의 표현’이라는 뜻을 내포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패션이 의식주의 하나로 출발한 만큼 인간의 삶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각기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장점을 부각하자는 데에 초점을 맞췄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LIE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는 얘기다. LIE패션=이청청, 한글패션=이상봉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울 정도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패션은 상상력… 끊임없이 공부해야”

비즈니스도 잘해야 하는 韓패션 환경

후배들에겐 “현장 지식과 경험을 쌓으라”

“올가을 다양한 색깔 활용 스타일 유행 예감”

◆디자이너는 ‘꿈의 공장’ 설계자

패션 디자이너는 화려하게 채색된 옷에다가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것을 펼쳐 어떤 이미지를 그려낼지를 설계한다. 무대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인 담긴 쇼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패션쇼는 이를 종합한 꿈의 공장이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패션은 상상력이 정말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며 자연(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과 인간 군상(장애를 딛고 일어선 ‘리즈 하텔’ 등과 같은 도전적 여성의 이야기, 우리 문화유산인 해녀 등), 사회적 현상(인간소외, 여성평등) 등에서 아이디어를 따온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미래를 보는 예측능력도 포함된다. 다음 시즌에 유행할 옷들을 미리 선보인다는 것이라 숙명과도 같은 당연한 작업인데, 끊임없이 세계적 패션의 유행 양상을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관심사를 읽어내는 것은 물론, 철학과 인문학까지도 두루 살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니다. 경영 파트와 디자인 파트가 분리된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 패션 환경에서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가 대중 세일즈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자인 능력이 있다고 해도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자이너 혼자서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역할들과 소통해가며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만들어낸다는 게 패션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면서 “또 사용자로서 고민도 많이 한다. 게다가 요즘은 소비자와의 소통도 무척 중요한데,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디자인을 풀어나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수출길이 막혔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되려 내수 판매와 국내 팬층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오는 9월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매장 오픈 계획도 있다. 여러 브랜드가 함께 있는 편집숍 개념이 아닌 단독이라 사활을 걸 방침이다.

한국 패션이 세계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선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결국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브랜드를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필드(현장)의 지식과 경험을 꼽았다. 이렇게 축적된 자산들이라야 디자인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인데, 그는 덧붙여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올 가을은 다양한 컬러들이 활용되는 스타일링이 유행할 것이다. 검정, 회색, 갈색 등 기본적인 가을의 색깔에다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밝고 선명한 채도 높은 색깔들을 매치해 준다면 트렌디하면서 경쾌해 보이는 가을의 스타일링을 선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지일보 독자들에 대한 그의 팁이다.

기타 일문일답

-여성복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남성으로서 여성복을 직접 입어보거나 또 입고서 생활해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고 고민이다. 또한 여성들의 민감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들어간 감성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다.

-후배 디자이너들한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들었다.

청담동 매장을 통해 경기 창작스튜디오 디자이너들이 오프라인에서 세일즈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틈나는 대로 멘토링(지도‧조언)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패션계에서 외래어, 특히 영어를 무분별하게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너무 많은 영어적, 외래어적 표현들이 패션계에 난무한다. 영어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한편으론 대부분 단어 위주의 표현이라 우리 한글로의 대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 패션계에도 영단어보다는 한글이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청청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 그의 청담동 매장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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