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는 지금의 폭동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폭력적인 행동은 결코 우리 나헬(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10대 소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닷새째 들불처럼 번지는 프랑스 폭동을 지켜본 나헬(17)의 할머니가 2일(현지시간) 참다못해 방송에까지 나와 이 같이 호소했다.
프랑스 낭테르에 살고 있는 나헬 할머니는 “우리는 부수거나 훔치라고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나헬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와 버스를 파괴하지 말아달라. 누군가의 가족들이 그곳에 있다”고 우려했다. 비폭력 시위가 감정이 고조되며 프랑스 전역에 걸쳐 학교, 버스를 비롯한 도시 기반시설 파괴와 심지어 가게 상품약탈로까지 번지고 있는 점을 걱정해서다.
유가족들은 점점 범죄행위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폭동 대신 추모하는 마음과 비폭력 시위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거리의 백색 행진(White March)과 함께 나헬을 기억하며 걷는 것, 분노하더라도 감정을 폭발하지 않고 시위하는 것 등을 그 방법으로 들었다.
이들 유족은 시위가 범국가적인 폭동사태로 치달으면서 나헬을 추모할 분위기가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쏟아냈다. 유족들은 “계속되는 혼란으로 인해 5분이라도 다 함께 모여 나헬을 추억할 시간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제 소셜미디어를 통한 분노 확산, 폭동 등 모든 것이 진정돼야 한다”고 바랐다.
프랑스 정부를 향해서는 당국이 교통 검문 중 경찰관이 총을 쏠 수 있게 한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형법은 증가하는 폭력에 대응하고자 지난 2017년 개정, 경찰관들의 총기 사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법이 운전자의 불복종이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경찰관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기에 현실에서 상당한 모호성을 띤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경찰 교통 검문 과정 중 지난해에만 1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현재까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흑인이나 이슬람 문화권 시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나헬 가족의 친구이자 이웃인 아나이스는 프랑스에선 흑인 남성이 일상적으로 인종차별과 폭력, 인종차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프랑스 경찰관이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전역에서 5일째 격렬한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장갑차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약 4만 5000명 규모의 경찰력을 파리·리옹·마르세유 등 3대 도시에 투입했다. 당국은 1일 오전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1311명의 시위참가자를 체포한 데 이어 1일에서 2일로 넘어가는 밤새 전국에서 719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닷새 동안을 모두 포함하면 최소 30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외신은 일제히 전했다.
앞서 나헬은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고 하다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알제리와 모로코인 부모를 둔 나헬의 유족과 지인들은 1일 오후 나헬이 살던 곳이자 숨진 곳인 낭테르에서 장례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