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후 배우고 베푸는 삶 실천

악기·마술·스피치 등 각종 자격증 취득

유튜버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

치매 예방 홍보대사 준비 중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두식씨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두식씨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7.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맞아요. 제 강렬한 눈빛 보이죠?”

경기도 고양시 백마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간판 없는 작은 방이 있다. 이곳은 철저한 준비와 식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인생 2막을 꽃피우고 있는 장두식(70)씨가 운영하는 음악연습실이다.

선반과 벽 곳곳에는 아코디언, 하모니카 등 악기와 수십 개의 자격증과 수료증이 빼곡했다.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웃음치료 지도사, 스피치 지도사, 요양보호사, 노인심리상담사, 노인건강운동지도사 등 기자가 벽에 붙어있는 자격증과 수료증을 세다 포기할 정도였다.

장씨는 “이 자격증과 수료증은 전부 60세 이후에 딴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사회봉사에 관련된 것들로 봉사하는 삶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부터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장씨의 지론이 맺은 결실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두식씨가 받아온 자격증과 수료증들이 즐비하게 붙은 음악연습실 벽면. ⓒ천지일보 2023.06.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장두식씨가 받아온 자격증과 수료증들이 즐비하게 붙은 음악연습실 벽면. ⓒ천지일보 2023.06.27.

6월 중순, 70세의 나이에도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장두식씨를 만났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캡모자 그리고 면바지를 입은 그의 패션이 인상적이었다.

장씨의 삶은 60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60세 이전의 삶은 치열했고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부친이 일찍 사망하고 어릴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어렵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에는 방송국 미술부에서 일했다. 이후 일본을 오가며 미술 관련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학습지 영업사원으로 뛰어다닌 적도 있고, 노점상, 막일도 해 봤다. 환갑 때까지는 제2금융권 회사에 근무했다.

그의 60세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달랐다.

“환갑을 맞아 식구들과 식사를 하다가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동생과 함께 물에 빠져 죽을 뻔하다가 동네 형에게 구조된 일이 있어요.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오다 보니깐 ‘그런 분들의 은혜를 잊고 살아왔구나. 이제라도 주변을 돌아보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장씨의 삶은 봉사하는 삶으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이를 위해 노래와 아코디언, 하모니카, 마술 등을 배웠다. 음악연습실을 열었고, 경로당이나 복지관, 요양원 등을 돌며 실버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했다. 강사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실버 운동 지도사, 웃음 치료 지도사, 스피치 지도사,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을 땄다.

그는 “수입은 교통비 정도였지만 찾아가면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끊겼고, 고육책으로 찾은 일자리가 경비원이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2년간 문을 닫은 음악연습실을 다시 열었고, 코로나19 이전의 재능기부 및 봉사하는 삶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초등학교에서 ‘꿈과 도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다음 달에도 강연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또한, 장씨는 유튜버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구독자는 가족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 4000여명에 이른다. 그의 콘텐츠는 ‘인문학’ ‘경제학’ ‘치매 예방’ 등 다양하다.

이들 콘텐츠는 해당 분야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재치 있는 말솜씨 덕분에 꾸준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는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블로그, 카카오스토리도 하고 있어요. 기록하고 남기는 이런 생활은 저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에요. 지금은 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서 더 열심히 유튜버로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번 주 주말에도 유튜브 업데이트를 위해 지방에 가서 취재할 예정입니다.”

독서광이기도 장씨는 “집에 가면 누울 자리 빼고는 책으로 쌓여 있다”며 “신문도 3개의 신문을 매일 읽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읽고 기록하는 습관은 그가 책 6권을 펴내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 2017년 첫 책 ‘노래하는 인생’을 낸 뒤 매년 한 권꼴로 모두 6권을 펴냈다. 제목만 소개하자면 ‘언제나 청춘으로 살기’ ‘요양보호사’ ‘나의 인생노트’ ‘스피치를 재미있게 잘하기 위한 이런저런 상식 이야기’ ‘나는 행복한 경비원입니다’ 등이다.

최근 그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야는 바로 ‘치매 예방’이다.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요. 50대 환자도 있어요. 요양보호사로 있을 때 치매 환자들을 많이 봤어요. 치매로 인해 나가는 비용이 개인적으로 엄청나요. 사회적 비용도 마찬가지고요. 치매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음악, 운동 등 취미 생활도 도움이 돼요. 이에 저는 사명감을 갖고 치매 예방 전도사를 준비 중입니다”

장씨는 치매 예방 관련 서적도 많이 접하고, 관련 강연이 있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참석한다고 한다. 해당 분야 권위자와의 인터뷰도 잊지 않는다.

60세 이후 배워 온 각종 악기, 마술과 각종 자격증, 수료증이 치매 예방 전도사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장씨가 10년 동안 이렇게 열정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살아왔어요. 지금은 ‘도전 정신’에 더해 ‘사명감’으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맞아요. 제 강렬한 눈빛 보이죠?”

그의 눈빛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