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유명한 일타강사가 저출산 원인이 SNS 발달에 따른 ‘허세’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다 못살던 시절에도 아기는 많이 낳았다. 지금은 다 잘 사는데 왜 아기를 안 낳을까? 그게 ‘인스타그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적 부담, 출산 후 경력 단절 고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사회구조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생긴 결과지 단순히 인스타 때문은 아니다.

‘SNS가 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결혼, 출산을 기피하게 한다’는 의미라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요즘 방영되는 TV 프로그램도 문제가 많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은 가질 만큼 가진 싱글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편하게 ‘욜로’를 추구하는 삶을 방영한다. ‘결혼지옥’이란 프로그램에서는 결혼한 부부가 정신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며 갈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두 가지 프로그램만 봐도 ‘나 혼자 사는 게 천국이고, 결혼해서 사는 건 지옥’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니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애를 낳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성공한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출연시켜 그들의 집, 차, 화려한 여행 등을 자랑하게 판을 깔아준다. 상류층 사람들의 삶을 따라갈 자신이 없으니 결혼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든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그들처럼 해줄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애를 낳을 엄두를 못 낸다.

우리 부모들 세대는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애를 많이 낳았다. 모두가 공평하게 못 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게 생기지 않은 덕분이다. 자신을 희생하며 많은 자녀를 키워낸 우리 부모 세대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출산율과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SNS의 폐해는 너무 많다. SNS나 방송 덕분에 남들과 비교가 너무 쉬워졌다. MZ세대들은 남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에 매여 산다. 가진 게 없고 자존감 낮은 사람이 경쟁적으로 SNS 허세라도 부려서 가진 척하니, 모두가 다 잘사는 것처럼 착각한다. 진짜로 가진 사람은 굳이 과시하지 않는다. SNS의 노예가 되지 말고 과감히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자존감이 상승해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인스타라는 허구의 세상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대신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허세보다 실속 있는 내면을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최후에 승자가 된다. 황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듯이, 남 따라 허세 부리느라 돈 한 푼 모으지 못하면 거지꼴을 면할 수 없다. SNS에 명품옷, 명품가방, 슈퍼카 사진만 올리는 사람치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드물다. 허세는 자신도 불행하게 만들지만, 불행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스타 등 SNS를 보고 무시할 자존감이 없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SNS를 달리 해석하면 ‘(S)시간 (N)낭비 (S)서비스’다. SNS를 하지 않으면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지 않고 자존감도 높아져 행복해진다. 타인의 삶과 늘 비교하며 불행하게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삶에 집중해야 행복하다.

외국 여행을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헬조선’이 아닌 생활 수준이 높은 나라라는 걸 느낀다. 바로 옆 나라 일본만 가도 이젠 ‘한국이 더 잘 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과 비교해 무조건 나는 못산다는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기의 삶과 미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나쁘지 않다. 희망이 더 많은 나라다.

SNS와 출산율의 관계를 떠나서 SNS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국가가 출산율에 너무 매달려 예산을 낭비하기보다는, 젊은이들이 SNS로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출산율은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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