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에 ‘적절한 조치’ 요구
中 “부각할 화제 되면 안 돼”
대통령실 “中, 선 한참 넘어”
“한중관계 발전 방침은 유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 문제로 빚어진 한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국 간 확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해당 사안을 두고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한국은 현재 중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웬만하면 중국에 대한 기존 외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 등 싱 대사의 논란 발언에 대통령실이 조치를 요구하자 중국은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돼선 안 된다”고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앞서 중국은 9일 한국 외교부에게도 싱 대사의 발언에 관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중국은 이에 대해 10일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싱 대사를 엄호하는 동시에 현재의 한중관계 악화 양상을 만든 건 한국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폈었다.

중국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 외교가에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해당 사안을 키워 외교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확전을 피한 것이라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를 의식해 섣불리 한국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만 싱 대사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할 때 싱 대사의 한국 내 외교 활동 영역 축소가 분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사안을 방치하는 것도 한중 간 현안들을 감안할 때 중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를 보면 위안스카이가 떠오른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의 발언을 조선 말기 청나라 군인이자 정치가인 위안스카이가 조선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내정에 간섭한 데에 빗댄 것이다.

중국에 싱 대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한국은 현재 중국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싱 대사의 발언에 관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냉랭한 분위기다.

다만 대통령실은 중국에 대해 협력에 중점을 두는 기존 외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초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새 안보실장에 내정된 조태용 주미대사 (출처: 연합뉴스)
새 안보실장에 내정된 조태용 주미대사 (출처: 연합뉴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 설화 논란에 관해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일들은 없어야 한다”면서 “한중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 이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게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향후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에 관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을 차례다. 중국‧일본에게 한중일 정상회의를 하자고 하는 의향을 전달하고 외교 채널 간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은 한중 간에도 건강한 관계발전을 희망하고 한중일 간 협의체도 잘 발전시키겠다는, 그런 중심 잡힌 의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싱 대사 발언의 정상회담 개최 영향 여부에 대해 그는 “한국의 외교안보를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자리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당당함과 국격에 잘 맞지 않는다”며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의장국으로서의 요청에 호응해서 올해 중에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