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무례한 언행으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이제 한중미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싱하이밍 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과 관련, “분명히 (중국의) 일종의 압박 전략(pressure tactic)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비판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베팅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한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이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훌륭한 동맹이자 친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외교 정책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에 대해 감사하다”며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싱 대사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해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이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자,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초치로 맞대응했다.

갈등의 원인이 중국 측의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태도였던 것이다. 그런 중국에 대해 한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측에서 한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미국이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북핵 억제를 위한 우리 측의 사드 배치를 두고 무역과 연계시켜 한국산 수입을 통제하고 중국 내 우리 기업을 규제하는 등의 치졸한 보복조치를 동원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외교적 봉합 이후에도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을 풀지 않았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한중 관계가 상호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 중국의 비상식적인 대응을 지적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중외교는 양국이 대치하는 강경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우리 측으로서 부작용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외교는 정치와 국민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승패 이전에 국가 득실을 먼저 따져야 한다. 긴장 수위를 낮추고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갈 해법을 외교를 통해 찾아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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