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 등 민주 의원 7명 방중
“중국과 관계 끊겨선 안 돼”
與 “민주, 나라 팔아먹는 짓”
대통령실, 中협력기조 유지

더불어민주당 방중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정 의원이 15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방중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정 의원이 15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설화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중국행의 이유로 밝혔지만, 여당에선 “제정신인가”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박정 도종환 김철민 유동수 김병주 민병덕 신현영 등 7명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오는 18일까지 3박 4일 동안 중국과 티베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정부 초청에 따른 것으로 비용은 중국 측에서 부담한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교육과학문화보건위원회 주임 위원, 국제관계 증진 기관인 국제우호연락회 부회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해당 인사들은 각각 중국 내 장관‧차관급 인사에 속한다. 티베트에선 티베트 자치구 인민대표대회 부주임 등을 만날 계획이다.

앞서 당내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등 의원 5명은 지난 12일 베이징으로 먼저 출국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저녁 귀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민주, 한중관계 동결 가능성 고려한 듯

민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은 싱 대사 발언에 의한 한중관계 동결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가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싱 대사를 향해 “그를 보면 위안스카이(청나라 군인이자 정치가)가 떠오른다는 얘기들이 있다”며 비판한 것 등을 두고 싱 대사의 한국 내 외교 활동 영역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중국 출국 직전 취재진과 만나 싱 대사 발언을 비판하는 반면 이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끊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현재처럼 양국 간 경직된 상황일수록 서로 소통하며 우호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표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한중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양국 간 소통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싱 대사의 발언은 중국과의 소통 미흡으로 인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만나 싱 대사의 설화 문제와 관련 “옹호할 수는 없지만, 싱 대사의 발언은 윤 정부 이후 중국과의 소통이 줄어든 점을 의식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싱 대사와의 회동을 진행했던 이재명 대표에게 이번 논란으로 인한 화살이 향하고 있는 점도 민주당이 해당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싱 대사의 발언과 함께 이 대표의 판단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여러 의혹에 대한 대응 방식과 혁신위원장 인선 등으로 내홍이 짙어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계속 손상받고 있다. 특히 한중관계 악화로 번질 수 있는 이번 문제는 당내와 여야에 국한됐던 이전 사안들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당 의원들이 이 논란에 대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5.

◆與 “민주, 중국 돈 받으려 나라 팔아”

민주당 입장에선 한중관계 급랭 방지를 위한 방중으로 보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조공외교” “제정신인가”라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 측이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비용을 부담한 것을 두고 “뇌물 외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돈 받으려고 나라 팔아먹는 짓”이라며 “이 사건은 외교참사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엄포했다.

앞서 김 대표는 14일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방문 후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이 와중에 중국 돈으로 어딜 방문한다고 했나”라며 “제정신인가”라고 질타한 바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싱 대사가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쏟아낼 때 아무런 제지 없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재명 대표와 결을 같이 하는 행태”라며 “외교적 자충수로 나라를 망신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안방 조공도 모자라 원정 조공에 나서려는 모양이다. 한중관계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의원 외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적절하지 않다”며 “말이 문화교류지, 실제로는 싱 대사의 관저에서 있었던 자해 만찬의 연장선이 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韓, 中 응답 대기… “우호 관계 지속 희망”

한편 대통령실은 싱 대사의 발언을 두고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주문하고 중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중국은 “대대적으로 부각되는 화제가 돼선 안 된다”며 마찰 심화를 피하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해당 사안을 키워 외교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를 의식해 섣불리 한국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통령실은 싱 대사의 발언에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비판하지만, 웬만하면 중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유엔에서의 한국의 역할’ 공개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는 (싱 대사) 본인에게 엄중 경고를 했고 향후 모든 책임은 싱 대사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윤 정부는 상호 존중과 호혜에 입각해서 양국 우호 관계를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14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 설화 논란에 관해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일들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한중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 이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게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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