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기 전 지난달 2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지역의 위성 사진(왼쪽)과 화재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달 31일 위성 사진 모습.(플래닛 랩스)
불이 나기 전 지난달 2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지역의 위성 사진(왼쪽)과 화재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달 31일 위성 사진 모습.(플래닛 랩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한국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푸르른 숲이 시커먼 잿빛으로 변했다. 지난달 초 시작돼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캐나다 산불이 두달째 접어들었는데도 400곳 이상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다.

11일(현지시간)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캐나다는 올해 들어 총 2400여건의 화재가 발생해 지난 산불 기간의 약 15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타 최악의 산불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온 이번 화마(火魔)로는 캐나다 국토 440만 헥타르(4만 4000㎢)가 잿더미가 됐다. 이는 대한민국 면적(약 10만㎢)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끊임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북동 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440만 헥타르(4만 4000㎢)의 국토가 소실됐다. 이는 대한민국 면적(약 10만㎢)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끊임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북동부 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440만 헥타르(4만 4000㎢)의 국토가 소실됐다. 이는 대한민국 면적(약 10만㎢)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끊임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북동부 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끊임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북동부 지역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현재 지난달 동부 퀘벡주(州)에서 시작된 산불은 가장 서쪽에 있으면서 남쪽으로 미국과 맞닿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까지 옮겨붙은 상태다.

이로 인해 먼저 동부 퀘벡주에서 병원, 학교, 도로 등 주요 인프라가 막히며 1만 2000명의 주민들이 대피했다. 이어 서부에서도 북동쪽에 내려진 대피 명령이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3500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뒤로 한 채 피난길에 올랐다.

산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그로 인해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가장 먼저 인접한 미국에 직격타를 입혔다.

산불 연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오면서 뉴욕과 많은 북미 도시들에 나무 타는 냄새가 전역에 퍼졌고 마치 오렌지색 필터 낀 듯한 도심 모습이 연출됐다. 처음 보는 광경에 마치 인류의 운명과 세계 멸망, 새로운 세상의 도래 등을 말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가 벌어지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7일(현지시각) 미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한 남성이 캐나다 산불로 오염된 대기 속 조지 워싱턴 다리를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7일(현지시각) 미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한 남성이 캐나다 산불로 오염된 대기 속 조지 워싱턴 다리를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어쩌면 하늘까지 노랗게 보이는 이색적인 색감에 이목이 쏠렸지만 그 내용은 사람들의 생각과 딴판이었다. 발암물질인 화재 그을음과 먼지, 각종 연소 잔해가 뒤섞인 이 연기에는 코점막이나 구강·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는 이른바 PM2.5가 다량 내포돼 있었던 것. PM2.5는 지름이 2.5㎛ 이하인 미세먼지, 즉 초미세먼지를 말한다. 이로 인해 1억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적든 많든 이 유해연기에 영향을 받았다.

이에 뉴욕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대기오염 문제가 거의 없었던 뉴욕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사그라든 이후 마스크 착용자가 많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창고에서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조기 매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에 뉴욕과 워싱턴DC, 메릴랜드 몽고메리카운티,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 등에서는 공립학교가 체육 수업 및 경기 등 야외 활동과 행사를 취소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의 동부 지역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방진 마스크를 쓴 채 뉴욕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억명 이상의 주민에게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의 동부 지역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방진 마스크를 쓴 채 뉴욕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억명 이상의 주민에게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산불로 인한 연기는 미국뿐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 4600㎞ 떨어진 노르웨이 등 유럽까지 닿았다.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는 산불 연기가 최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지나 4600㎞ 떨어진 노르웨이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주에서도 산불이 보일 정도다. 지구관측용 초소형 위성인 플래닛스코프(PlanetScope)가 촬영한 사진은 푸른 빛의 거대한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시를 찍은 사진의 경우 위성의 시야가 화재 연기로 뿌옇게 가려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까지 퍼진 가운데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후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까지 퍼진 가운데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후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캐나다 산불은 한국 시간인 12일 현재도 종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특히 고온의 공기덩어리가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이 여러 개 발생하면서 산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열돔’이 강우는 내쫓고, 저기압 강풍을 타고 반 시계 방향으로 남하하면서 연기를 국경 넘어 미국으로까지 퍼지게 했다는 분석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사람들이 (산불로 인한 연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야외 행사는 취소하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실내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집계된 2006년 이래 미국 뉴욕에서의 대기질이 역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스탠퍼드 연구소의 마셜 버크 연구원도 “안타깝게도 사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어린이·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두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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