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 갇혀 활활 강풍 타고 이동
“도달 가능성 있지만 크지 않아”
현지 ‘질병 야기’ 미세먼지 최악
“사망 증가할 것… 나가지 말라”

캐나다에서 올해 들어 ‘통제불능’ 상태인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접경 국가인 미국 대기에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은 산불 발생한 캐나다 앨버타주 (출처: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올해 들어 ‘통제불능’ 상태인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접경 국가인 미국 대기에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은 산불 발생한 캐나다 앨버타주 (출처: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캐나다 산불이 400곳이 넘는 곳으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멀리 떨어진 뉴욕 등 미국 일대 대기질이 최악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그 영향이 한국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뿐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 4600㎞ 떨어진 노르웨이 등 유럽까지 번진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그 영향이 한국까지 미칠지 인공지능(AI)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구글이 지난 3월 출시한 챗봇 ‘바드(Bard)’는 캐나다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바드는 “한국이 캐나다와 수천㎞ 떨어져 있지만 미세먼지와 오존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대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원리에 대해선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바람이 발생하는데 산불이 발생하면 이로 인해 발생한 열이 공기를 가열하고 가열된 공기는 상승하면서 기압이 낮아진다”면서 “현재 여름철로 접어들고 있다. 여름철에는 고기압이 형성돼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오는 경우가 많다. 기압 차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선 “캐나다와 한국 사이에는 태평양과 북극해가 있는데 태평양과 북극해는 대기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영향을 미칠 순 있어도 미국처럼 치명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미국 오픈AI가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챗GPT도 “산불로 인한 연기와 먼지는 대기 중의 입자로서 대기 확산에 따라 이동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AI는 “특정한 기상 조건이나 대기 확산 패턴의 변화 등에 따라 산불 연기가 장거리로 이동해 한국에 도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 “이 경우 공기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로 미세먼지와 대기 중의 다른 입자로 인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이러한 입자들은 공기 중에서 희석되고 풍속과 기상 조건에 따라 분산되기 때문에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한국에 직접적으로 도달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은 확률”이라고 답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상청은 그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태평양 최북단 베링해협의 저기압이 방어막 역할을 하기에 캐나다 산불이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캐나다와의 거리가 작용했다. 즉, 북반구 중위도에서 부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국에 오려면 대서양과 유럽, 중앙아시아를 거쳐야 하는데 바다의 습기를 머금고 가라앉거나 대기 상층부로 이동하기에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미국 뉴욕 대기오염 역사상 최악 기록

캐나다 산불이 400곳이 넘는 곳으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 영향으로 미국 뉴욕에서의 대기질이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올해 들어 ‘통제불능’ 상태인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접경 국가인 미국 대기에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은 연기로 뒤덮인 뉴욕 시내 전경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올해 들어 ‘통제불능’ 상태인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접경 국가인 미국 대기에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은 연기로 뒤덮인 뉴욕 시내 전경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스탠퍼드 연구소는 8일(현지시간) 데이터가 집계된 2006년 이래 전날 미국 뉴욕에서의 대기질이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민들은 캐나다 역대급 산불로 인해 연기 기둥에 갇힌 상태로 27.5㎍/㎥에 달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 (관련기사: [단독] 미국 뉴욕 대기오염 역사상 최악 기록… 캐나다 역대급 산불 영향 ‘일파만파’)

이는 역대 두 번째 최악의 대기질로 기록된 지난 2020년 9월 미 서부 산불의 1.5배가 넘는 수치다. 서부 산불은 100여곳이 넘는 곳에서 급속도로 번져 그해 9월 13일 기준 31명(캘리포니아주 20명, 오리건주 10명, 워싱턴주 1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말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소의 마셜 버크 환경 과학자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며 “믿기 어려운 수치가 나와 4번이나 확인해 봐야 했다. 심지어 이에 근접한 사건을 본 적도 없다. 이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석의 기준이 된 날은 캐나다 정부가 414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번지면서 239곳에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밝힌 날이다. 이로 인해 산불 연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오면서 뉴욕과 많은 북미 도시들에 나무 타는 냄새가 전역에 퍼졌다.

이 대기에는 화재 그을음과 먼지, 각종 연소 잔해가 뒤섞인 이른바 ‘PM2.5’가 있어 코점막이나 구강·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아 흡입 시 폐 깊숙이 들어가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PM2.5는 지름이 2.5㎛ 이하인 미세먼지, 즉 초미세먼지를 말한다. 이를 계속 흡입하면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 기능이 떨어지며 심할 경우 천식 발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탠퍼드 연구원이 8일(현지시간) 데이터가 집계된 2006년 이래 전날 미국 뉴욕에서의 대기 질이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민들은 캐나다 역대급 산불로 인해 연기 기둥에 갇힌 상태로 27.5㎍/㎥에 달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 (Standford Echo Lab)
스탠퍼드 연구원이 8일(현지시간) 데이터가 집계된 2006년 이래 전날 미국 뉴욕에서의 대기 질이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민들은 캐나다 역대급 산불로 인해 연기 기둥에 갇힌 상태로 27.5㎍/㎥에 달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 (Standford Echo Lab)

미 국립기상청(NWS)과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매사추세츠와 뉴햄프셔·펜실베이니아·메릴랜드·버지니아·캐롤라이나 등에서 산불 연기로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다. 인구 기준으로 1억명 이상이 경보 적용을 받는다. 캐나다 퀘벡주와 온타리오주에서도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뉴욕에서는 이날 입자상 물질이 약 195㎍에 달했다. 이는 국가 대기질 기준치의 5배 이상 규모다. 마셜 버크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사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어린이·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두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대 최악 기록한 날 현지 상황은

전날 국립기상청은 뉴잉글랜드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대기질 경보를 발령, “목요일과 금요일(8일과 9일, 현지시간) 더 많은 연기”를 예보하며 호흡기 질환자를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자신의 주의 일부 지역의 대기오염 지수가 정상보다 8배나 높다고 언급하면서 이 상황을 ‘긴급 위기’로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현재 캐나다에 600명이 넘는 소방관을 지원 파견했으며, 정부의 화재 대응을 총괄하는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캐나다 정부의 소방관과 소방장비 추가 요청에 신속히 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도 “이것은 우리 시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라며 “뉴욕 시민들은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뉴욕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에서 중서부까지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하면서다. 대기오염 문제가 거의 없었던 뉴욕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사그라든 이후 마스크 착용자가 많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창고에서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조기 매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에 뉴욕과 워싱턴DC, 메릴랜드 몽고메리카운티,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 등에서는 공립학교가 체육 수업 및 경기 등 야외 활동과 행사를 취소했다.

스위스 대기질 기술 업체인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주요 도시 중 뉴욕은 수요일 오후 342으로 세계에서 공기질이 가장 나빴다. 또 EDT(동부 하절기 시간) 정오, 펜실베니아 베들레헴은 AQI(Air Quality Index, 대기질 지수) 수치가 410으로 전국에서 최악의 대기질을 경험했다. 200을 넘는 수치는 뉴델리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흔하지만 뉴욕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이 이날 일제히 전했다.

7일(현지시각) 캐나다 산불로 연기가 자욱한 미국 뉴욕에서 자동차들이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지나 웨스트 스트리트로 이동하고 있다. 캐나다 산불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으며 관계 당국은 취약계층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AP/뉴시스)
7일(현지시각) 캐나다 산불로 연기가 자욱한 미국 뉴욕에서 자동차들이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지나 웨스트 스트리트로 이동하고 있다. 캐나다 산불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으며 관계 당국은 취약계층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AP/뉴시스)

각 정부와 기관들은 주민 안전을 위해 실내 운동, 웹사이트 등을 통한 대기질 확인, N95 등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착용, 문·창문 단속, 공기청정기 사용 등을 권유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캐나다 산불로 미 동부 전역이 심각한 보건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CNBC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10년 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산불 연기에 따른 오염을 최근에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정기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부 지역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열기와 가뭄, 산불로 인해 미국 내 초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나쁜 지역 상위권에 오르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온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이례적으로 이른 산불 시즌을 맞아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일 앨버타에 첫 현지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산불 발생이 한층 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캐나다 서부 최대 도시 토론토를 중심으로 10개주와 거의 모든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퀘벡주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피해 규모는 당시 기준 약 300만 헥타르(㏊)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 13배에 달하며 대한민국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최소 12만명 이상이 대피한 상태다.

◆현재도 산불과 대기오염은 진행 중

지난달 시작된 캐나다 산불은 한국시간인 11일 지금도 종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확산한 산불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40%에 달하는 면적을 태운 데 이어 이젠 서쪽까지 번지고 있다. 동부 퀘벡주에서만 150곳, 캐나다 전역으론 414곳이 화마에 휩싸였다. 그중 239곳은 아직 통제 불능 상태다. 현재까지 2만명 넘는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는 산불 연기가 최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지나 4600㎞ 떨어진 노르웨이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고온의 공기덩어리가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이 여러 개 발생하면서 산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열돔’이 강우는 내쫓고, 저기압 강풍을 타고 반 시계 방향으로 남하하면서 연기를 국경 넘어 미국으로까지 퍼지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포함해 산불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질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사람들이 (산불로 인한 연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야외 행사는 취소하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실내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 당국은 캐나다 산불 연기가 이번 주말에 미국 동부를 지나가 남부 플로리다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펠햄 메모리얼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 도중 캐나다 산불로 연기가 자욱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캐나다 산불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으며 관계 당국은 취약계층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AP/뉴시스)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펠햄 메모리얼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 도중 캐나다 산불로 연기가 자욱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캐나다 산불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으며 관계 당국은 취약계층에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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