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격’으로 전환점 맞은 전쟁
3개 주요 전선 동시다발 공격
러 용병 “주요 방어선 뚫렸다”
용병대장, 20만명 총동원 촉구

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서방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 수복을 위해 댐 붕괴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대적인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의 남부 헤르손주(州)에서 노바 카호우카 댐이 폭파, 붕괴된 지 하루 만이다. 동부·남부 전선 등 다방면에 동시다발 공격이 이어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최고수뇌부가 그간 수차 예고했던 우크라이나 측 대반격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그간 러시아로부터 빼앗긴 바흐무트를 비롯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 등 3개 주요 전선 축을 따라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이날 전했다. 불과 며칠 전 기계화·전차부대와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크름(크림)반도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드까지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서다.

모스크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드론 공습과 반러 민병대, 이번 댐 붕괴 등을 둘러싼 여론전과 함께 동서남북으로 주요 전선을 흔들면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총력전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카호우카 댐 붕괴로 러시아 점령지 헤르손 도시가 물에 침수된 모습. (카호우카 당국)
카호우카 댐 붕괴로 러시아 점령지 헤르손 도시가 물에 침수된 모습. (카호우카 당국)

이번 반격 소식도 지난 대규모 공세와 같이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아닌 공격받은 러시아로부터 들려왔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미국과 서방이 ‘대반격’에 대해선 유독 입을 다물며 이른바 ‘보안 작전’으로 보안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러시아 소식통들은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전선에서 탱크와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무장한 채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워 곤조(War Gonzo)로 불리는 군사 블로거 세묜 피고프는 우크라이나가 대형 로켓 발사기로 공격을 가한 후 지평선 위로 하얀 연무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자포리자뿐 아니라 적외선 위성은 ‘화약고’ 돈바스의 루한스크 지역에서 기동 공격이, 요충지 헤르손 지역에서도 화재가 증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반격이 지속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번 공격과 ‘대반격’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측은 보안을 유지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지난 하루 동안 우리는 바흐무트 전선의 다양한 구간에서 200m에서 1100m 앞으로 전진했다”고 밝혔다.

실제 러시아 용병대장은 주요 전선에서 방어선이 뚫렸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표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여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돌파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총동원령’까지 촉구했다.

(바흐무트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고 정규군에 지역을 이양한다고 밝혔다. 2023.5.25
(바흐무트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고 정규군에 지역을 이양한다고 밝혔다. 2023.5.25

그는 “바흐무트 인근 3개 지역과 도네츠크에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며 “조만간 도네츠크 지역을 포위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벨고로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력이 20만명이 안 되면 루한스크-도네츠크(돈바스 지역) 전선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피력했다.

전쟁 상황 총력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호수인 소양호의 약 6배 규모의 카호우카 댐이 폭파, 붕괴돼 대홍수가 발생한 점도 핵심 변수다.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할 수 없게 되는 등 전선 지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구축한 방어진도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으나 향후 몇 달간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진격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시각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 살을 깎으면서’ 남부 자포리자 지역 등 공격 루트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한편 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소식도 들려왔다. 미국은 호주가 보유 중인 미국산 F/A-18 ‘호넷’ 전투기 잉여분 41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호주 파이낸셜리뷰가 이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군을 몰아내기 위해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남부 전선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불을 뿜는 탱크
(로이터 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군을 몰아내기 위해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남부 전선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불을 뿜는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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