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대규모 공격 시작”
러 점령 도네츠크·크름 포함
본토도 드론 공격 ‘혼전 양상’
러 “250명 사살·탱크 등 40대 파괴”

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크름 반도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드까지 맹공을 퍼붓고 있다. 기계화·전차부대와 드론을 동원한 이번 대규모 반격 자체에 대한 진위는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측이 아닌 공습을 당한 러시아 측에서 발표한 내용이어서 사실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가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어 군 최고수뇌인 총사령관이 그간 수차 예고했던 ‘대반격’을 결국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대반격에 앞서 러시아군의 방어력을 살펴보기 위해 사전 공습을 가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4일(현지시간) 남부 도네츠크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타스와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매체들이 러 국방부를 인용해 이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인 이고르 코나셴코프 중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예비군인 제23, 제31 등 6개 기계화 여단과 2개 전차대대를 투입해 4일 오전부터 남부 도네츠크 지역의 5개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도네츠크주(州) 당국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일대에 52차례에 걸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만에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에 52차례 포격에 걸쳐 330개의 각종 탄약을 쏟아부었다. 러시아 측은 이로 인해 정착지 5곳이 포격을 받아 민간인 여성 1명이 다치고 19채의 주택과 민간 기반시설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번 대규모 공격을 사실상 ‘대반격’의 개시로 간주하면서 이를 격퇴했다고 오히려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반려견을 안은 채 러시아군이 쏜 드론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는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지난 28일부터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반려견을 안은 채 러시아군이 쏜 드론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는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지난 28일부터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적은 가장 취약한 전선에서 우리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또 러시아군 당국은 이날 우크라이나군 병사 약 250명을 사살하고 탱크 16대, 보병 전투 차량 3대, 장갑 전투 차량 2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실 입증을 위해 이날 러시아군은 대규모 공격을 시도하던 우크라이나군의 장비를 파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비롯해 쿠르츠크 등 지역을 대상으로 드론 공격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고로드주(州)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드론 공격 후 지역의 에너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지역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러 민병대의 급습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뿐 아니라 크름반도까지도 수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대규모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은 공식 발표를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4일 자국민에게 대반격을 성공시키고자 작전상 정보에 대해 침묵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침묵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흐무트=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차가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2023.05.23.
[바흐무트=AP/뉴시스]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차가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2023.05.23.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잇따른 발표는 우크라군이 그간 수차 예고했던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해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연설에서 반격 시점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반격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할 것이라고 강력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통수권자와 군 수장 등 지도부의 잇따른 발표는 우크라군이 그간 수차 예고했던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미 정부 기밀문건 유출에 따른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노출이 계획 차질을 불러왔다는 분석 속에서도 봄 ‘진흙철’이 지나는 계절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결국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도네츠크주를 방문해 병사들을 표창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23.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도네츠크주를 방문해 병사들을 표창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23.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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