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자폭설‧푸틴 두둔’ 논란
당내선 새 위원장에 반발 속출
신임 배경 불투명 지적도 나와
“당내 논의‧검증 전혀 안 됐다”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제공: 더불어민주당)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내 새 혁신위원장으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신임했다. 다만 이 이사장 배정과 함께 ‘천안함 자폭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둔’ 등 그의 과거 발언들이 논란이 되면서 당 내홍이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또 당내에서 이 이사장의 불투명한 인선 배경이 지적되면서 그의 취임 과정에 이목이 쏠린다.

◆이래경 신임 위원장, 취임부터 ‘난항’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취임이 결정되자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과거 발언이 조명됐다. 이 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 한국 대선에도 미국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히 개입했으리라” 등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이 이사장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선 “ICC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던 자들이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자 ICC 이름으로 전쟁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을 전쟁범죄자로 몰다니”라며 “미 패권과 위선적인 서방의 시대가 참말로 저물어가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3

◆민주당 일부선 분통 터지는 중

이 이사장의 취임에 관해 당내 일부에선 분통이 터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가운데 ‘대장동 의혹’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혹’ 등 논란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막말 논란’이 불거진 이 이사장을 영입하는 건 당에 리스크를 추가하는 악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이사장의 취임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오히려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당내에선 이 이사장의 인선 배경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거론된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원장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래경이란 분은 당내 논의도, 검증도 전혀 안 됐다”며 “(혁신위원장은) 민심에 터를 잡아 냉철하게 중심을 잡을 있는 강인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5.

◆이재명, 이래경 논란에 “내용 몰랐다”

실제로 당은 아직 이 이사장의 인선 배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안 밝히고 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이 이사장 취임 배경에 관한 질문에 “이 대표가 외부로부터 추천을 받은 걸로 안다. 여러 사람의 추천이 있었다”며 “다만 추천자들의 의견은 아직 확인이 안 됐다”고 답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다만 이 이사장이 성공한 기업가며 사회적 책임 등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수십 년간 꾸준히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이어온 부분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후 취재진과 만나선 이 이사장 검증 과정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당에 검증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절차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이사장의 논란과 관련해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이사장 신임 철회 여부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5.

◆“민심 괴리 인지 못 한 최악 인선”

정치권 안팎에선 이 이사장의 인선 배경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악의 인선”이라며 “민주당이 어려워진 게 일반적인 민심과의 괴리인 것을 지도부가 인지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혁신위원장에 누구를 지정해도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일뿐더러 지도부가 주도권을 양보하는 걸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이사장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치권에선 이 이사장은 ‘이 대표 지키기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등 이 대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친명(친 이재명 대표)계에 속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당 지도부와 이 이사장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이사장의 취임 배경에 관해 “혁신위원회의 성격과 역할 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인선이라고 본다”며 “구조적으로 혁신위원회가 실제로 전권을 위임받을 수 있으면 서로 하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또 이 대표는 (당내에서 나오던) 전권 위임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만 보이는 것 같다. 비명(비 이재명 대표)계에서 자신에게 사퇴 압박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혁신위원회에 공천권 행사 같은 권한을 허락할까. 애초에 이 대표는 전권을 줄 의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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