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동지중해에 속하는 에게해 연안은 오랜 역사 유적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2023년 5월에 이 지역을 여행했다. 그 가운데 에페수스(Ephesus)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 차례 흥망성쇠를 거치고도 아직 건재하다. 이 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후 기독교가 번창하게 된 요람으로 유명하다. 최초로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한 사도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서 에페수스로 편지를 보낸다. 그것이 에베소서이다. 지금은 ‘셀주크(SELҪUK)’로 부르는 이 도시의 역사를 중심으로 초기 기독교가 생존하기 위해 노력한 처절하고도 장엄한 과정을 되새기고 싶었다. 1991년, 성 요한 교회 주변에 주차장을 건설하던 도중 BC14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케네시대 무덤에서 부장품이 발견됐다. 이들은 에페수스 역사를 대표하는 가장 오랜 흔적이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미케네 도시의 흔적을 찾았지만, 이전까지는 모두 허사였다. 처음 이 무덤은 무역을 위해 이 지역으로 항해했던 선원들의 정착지 흔적일 것이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지반이 연약한 반도가 아니라 견고한 Ayasulk 언덕 꼭대기에서 미케네 도시의 기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 요한 교회 주변을 발굴하기 전, 성채에서 특별한 유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선사시대로 올라가는 약간의 유물이 발견됐을 뿐이다. 1991년에 발굴된 유물은 1860년에 발굴된 아르테미스와 아르테미시온의 조각상만큼 중요했다. 건축물의 파편은 히타이트 시대인 BC 3000년까지 소급된다. ‘Apassa’라는 도시 이름이 히타이트 기록 보관소에 남아 있다. 언어학자들은 Apassa와 Epesus가 동일한 어근과 특수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는 고대도시 아파사를 찾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했다. 발굴된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한 에페수스 박물관에는 돌도끼, 흑요석, 갈고리, 테라코타가 있다. 이들 가운데 어떤 것은 BC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Magnesia문에서 400m 떨어진 Ҫukunriҫi Hӧyuk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이다. 약 2년 동안의 발굴을 통해 그 모습이 드러났다. 신석기시대 정착지는 그동안 에페수스의 지리적 형태가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늘날 셀주크로 알려진 곳은 대부분 원래 바다였다.

Cayster강이 만든 계곡은 내륙으로 깊이 뻗어 있었다. 당시 이 일대는 바다였으며, 아야술룩 언덕은 작은 섬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산에서 내려온 충적층이 강과 계곡을 통해 해안을 메우자 바닷물은 6㎞ 밖으로 밀려났다. 에페수스와 선사시대를 단정하기에는 성급하지만,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이 고대도시 아파사와 유관하다고 볼 수는 있다. 헤도도투스에 따르면 에페수스는 서쪽에서 바다를 건너온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첫 번째 밀레니엄을 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설이 있다. 아테네왕 Kodros가 이웃 도시와 전쟁을 선포하기 전 신탁에 물었다. 신탁이 응답했다. “먼저 죽을 왕의 군대가 승자일 것이다.” 코드로스는 전사했지만, 그의 군대는 이겼다. 얼마 후 그의 아들끼리 싸움이 벌어져 왕국이 분할됐다. 아들 가운데 하나인 Androclos는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꿈을 꿨다. 신탁은 멧돼지와 물고기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 것이라고 예언했다. 안드로클로스와 부하들은 바다로 나가 항해한 끝에 미지의 땅을 발견했다. 그들이 잡은 생선을 굽고 있을 때 불이 덤불로 번졌다. 숨어 있던 거대한 산돼지가 나타났다. 안드로클로스가 산돼지를 죽였다. 신탁의 예언에 따라 그는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세웠다. 에페수스 극장을 향해 작은 언덕으로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발전은 아직 긍정적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헤로도투스는 안드로클로스가 도착하기 전에는 소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원주민 Carian족과 Merian족이 이 일대를 차지하고 살았다고 했다. BC 8세기에 메리안족이 에페수스를 공격하고 도시 일부와 아테네의 신전을 파괴했다. 아고라를 발굴하는 동안 표면아래 5~6m에서 BC 8세기에서 BC 5세기 사이의 유물이 발굴됐다. 이것으로 이곳에 메리안족에 의해 파괴된 정착지라는 가설이 생겼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