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오왕 합려는 초나라 도읍의 공격을 위해 오자서, 손무 두 사람과 의논을 하고 한수에서 초나라와 대치 상태에 있었다. 합려의 동생 부개가 합려의 승낙도 없이 5000의 병사로 초나라 군영을 급습하자 초군은 일제히 후퇴를 하였다. 합려는 기회를 놓칠세라 전 군사를 이끌고 총공격을 했다. 드디어 초나라 도읍인 영까지 다가갔다.

오자서는 초나라에 있을 때 신포서와 친하게 사귀었다. 자신이 망명하게 되었을 때 오자서는 결심을 신포서에게 틀어 놓았다.

“나는 반드시 초나라를 쓰러뜨리고야 말겠소.”

그러자 신포서가 말했다. “아니오. 내가 반드시 초나라를 지키겠소.”

그런데 오나라 군대가 초나라 오읍인 영에 들어갔을 때였다. 오자서는 초나라 소왕을 잡으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도망친 뒤의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시체를 끄집어내 채찍으로 300번씩이나 사정없이 매질을 했다.

그때 신포서는 산중에 피신 중이었는데 오자서에게 사자를 보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무리 복수라고는 해도 너무 지나치지 않소? 사람이 한때 하늘을 이길 수 있다 해도 머지않아 하늘의 응징을 받는다 했소. 당신은 평왕의 신하로서 왕을 모시던 사람이 아니오? 그럼에도 평왕의 시신을 그렇듯 욕보였으니 하늘의 뜻을 저버려도 분수가 지나치오.”

오자서는 사자에게 말했다.“신포서에게 이렇게 전하라 해는 지고 길이 멀어서 방법을 택할 여유가 없다고 말이야.”

신포서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진(秦)나라로 떠났다. 그는 진나라에 도착해 애공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애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포서는 정당에 선 채로 큰 소리로 울었다. 밤낮으로 7일 동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그 울음소리는 애공의 마음을 움직였다. 애공이 말했다. “초나라가 무도한 나라이기는 하되 저러한 신하가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애공은 구원 군사로 병거 5백 대를 초나라에 보냈다. 6월에 진나라 군사는 직 땅에서 오나라 군사를 무찔렀다.

합려 10년 봄에 오왕은 나라를 비워 둔 채 아직도 초나라 도읍인 영에 머물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오나라에 쳐들어온 것이 월(越)나라였다. 그러자 합려는 군사 일부를 귀국시켰다. 바로 그때 초나라의 구원 요청을 받아들인 진나라의 원군이 초나라에 왔다. 그 때문에 오나라는 패배하였다. 합려인 아우 부개는 계속 싸움에 패하고 더구나 합려가 초나라에서 철수하려는 뜻이 엿보이자 자신의 임무를 내버리고 오나라로 먼저 돌아가 스스로 오왕임을 자처했다. 그 소식을 들은 합려는 초를 떠나 부개의 군대를 공격했다. 싸움에 패한 부개는 초나라로 도망쳤다. 그 혼란 덕분에 초나라 소왕은 9개월 만에 도읍인 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소왕은 도망쳐온 부개에게 당계 땅을 다스리라 하였다. 그가 바로 당계씨 조상이다.

이듬해에 합려는 태자인 부차에게 초나라를 공격하여 반을 점령하게 했다. 겁을 집어먹은 초나라는 수도를 영에서 약으로 옮겼다.

합려 15년에 노(魯)나라에서는 공자(孔子)가 재상이 되었다. 19년 여름에 합려의 오나라 군사들은 월나라에 쳐들어갔다. 월왕 구천은 그들을 추리에서 맞아 무찔렀다.

월왕 구천은 성왕(聖王)인 우(禹)의 후손이다. 시조는 제소강(하나라를 중흥시켰음)의 서자로서 회계의 땅을 다스리라는 명을 받고 종묘의 제사를 받들었다. 몸에 먹으로 문신을 들이고 머리를 짧게 깎는 야릇한 풍습을 갖고 황무지를 개척해서 부락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20여대를 거쳐 윤상 대에 이르러 오왕 합려와 대립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부터 오나라와 월나라는 이어지는 원한을 품고 싸우게 되었다. 윤상이 죽자 그의 아들 구천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스스로 월왕임을 자처했다. 월왕 구천 원년 윤상의 죽음을 틈타 오왕 합려가 월나라에 쳐들어갔다. 구천은 군사를 이끌고 추리에서 그들을 맞아 무찔렀다.

그때 구천은 자살 결사대를 셋으로 나누어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기발한 전술을 폈다. 우선 제1대가 오군의 진영에 접근하여 큰소리로 함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스스로 자기 목을 베었다. 이어서 제2대, 제3대도 그와 같이 반복했다. 적군이 어리둥절해 있는 틈을 타서 월나라 군은 일제히 기습 공격했다. 오나라군은 패하였고 오왕 합려조차도 화살에 부상을 입고 패하여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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