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두 고을에서 두 아가씨가 누에를 치기 위해 뽕잎을 뜯다가 서로 다툼을 하게 되었다. 두 아가씨의 싸움은 집안의 싸움이 되었고 그 싸움은 두 마을로 확산되는 사태를 빚었다. 마침내 오나라 고을이 몰살당하는 사태로 발전하자 화가 난 오왕이 공격을 명령했고 공자 광이 거소와 종리 두 마을로 쳐들어갔던 것이었다.

오나라로 피신해 온 오자서는 오왕 요를 만났을 때 오나라가 초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역설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공자 광이 그 의견에 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 복수를 하자는 것뿐입니다. 좋은 계책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자서는 광의 속셈을 곧장 알아차렸다. 오자서는 재빨리 전제라는 용감한 용사를 광에게 추천했다. 광은 크게 기뻐하여 오자서에게 자신의 상담역을 맡아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자서는 물러나서 농부가 되어 전제가 일을 성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왕 12년 겨울에 초나라 평왕이 세상을 떠났다. 그 기회를 틈타서 이듬해 봄에 오왕 요는 초나라 공격을 시도했다. 우선 아우인 개여와 촉용이 초나라로 쳐들어가서 육과 첨 두 성을 포위하게 했다. 그리고 작은아버지 계찰을 진(晋)나라에 보내 제후들의 동정을 살폈다. 그러나 초나라군의 반격이 의외로 거세었다.
오나라 군은 후방이 차단되어 적지에서 꼼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기회다.”
도읍에 있던 공자 광은 전제를 불러 자신의 뜻을 밝혔다.
“여기서 손을 쓰지 않고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소. 본디 왕위를 이을 사람은 바로 나요. 지금이야 말로 그 결단의 시기라 보오. 계자가 돌아오더라도 이의는 없을 것이오.”
전제가 대답했다.
“요왕은 죽어야 합니다. 왕의 어머니는 늙었고 아들은 어립니다. 게다가 두 아우는 초나라에 군사를 끌고 가서 꼼짝도 못 하고 있습니다. 지금 오나라는 밖으로 초나라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고 신임하는 신하도 없고 보면 우리에게 대항할 자는 없습니다.”
“좋소. 그대의 아들은 내가 맡겠소.”
공자 광은 전제에게 굳게 약속했다.
그런 다음 4월 병자 날 공자 광이 요왕을 자기 집의 연회에 초대했다. 지하실 방 한 곳에는 군사들을 숨겨 놓았다.
요왕 쪽에서도 초대는 받았지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길가에는 병사들을 배치하여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또한 연회석은 물론이고 정문이며 계단, 방문 등 왕궁에서 광의 집까지 모든 요소에 측근들이 경비했다. 호위병들은 단검을 손에 잡고 왕의 양쪽에 버티고 서 있었다.

마침내 연회가 시작되었다. 기회를 살피고 있던 광은 발이 아프다고 핑계 대고 지하실로 숨어 버렸다. 그 대신 전제가 구운 생선을 쟁반에 받쳐 들고 왕의 상 앞으로 나아갔다. 생선 밑에는 비수가 감추어져 있었다. 전제는 왕 앞에 쟁반을 놓으면서 비수를 재빨리 빼어 왕을 찔러 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왕을 호위하던 다급한 군사의 검이 전제의 가슴을 좌우에서 찔렀다. 전제는 그 순간에도 왕에게 다시 일격을 가해 죽여 버렸다.
공자 광은 드디어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오왕 합려다.
합려는 약속대로 전제의 아들을 경으로 임명 했다.

얼마 뒤에 진(晋)나라에 갔던 계찰이 돌아왔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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