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축사 맡긴 노벨상 中작가

미술․사진․교육 분야 챗GPT 열풍

저작권․창작물 논란 과제로 남아

최근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이 챗GPT를 활용해 동료 작가인 위화를 칭송하는 글을 작성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이 챗GPT를 활용해 동료 작가인 위화를 칭송하는 글을 작성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의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다양한 분야에서 챗GPT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산업계뿐 아니라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SF작가 윤여정은 챗GPT와 협업해 ‘감정의 온도’라는 단편소설을 썼다고 말해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12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이 챗GPT를 활용해 동료 작가인 위화를 칭송하는 글을 작성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옌은 지난 16일 저녁 상하이에서 열린 문학잡지 서우훠의 제65회 창간 기념식에서 도서상을 받는 위화의 시상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모옌은 “나는 관례에 따라 수상자를 칭송하는 글을 써야 했는데 며칠을 고민해도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며 “박사과정 학생에게 부탁해 챗GPT로 칭송글을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모옌의 말에 충격받은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옌에 따르면 챗GPT에 제목과 핵심 키워드를 넘기자 순식간에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칭찬하는 단어 1000개 이상을 생성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6.
모옌에 따르면 챗GPT에 제목과 핵심 키워드를 넘기자 순식간에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칭찬하는 단어 1000개 이상을 생성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6.

◆ 순식간에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모옌은 챗GPT로 칭송글을 작성하기 위해 박사과정의 학생에게 ‘원청’ 등 위화의 작품 제목과 ‘발치’를 포함한 핵심 키워드 목록을 넘겼다.

여기에서 ‘발치’는 위화가 과거 치과의사로 일했던 점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모옌은 “제목과 핵심 키워드를 넘기자 순식간에 셰익스피어 스타일로 칭찬하는 단어 1000개 이상이 생성됐다”고 말하며 “그러나 제 소설은 모두 직접 썼다”고 강조했다.

이 일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챗GPT가 정확하게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학생이 챗GPT에 해당 단어들을 입력했고 그에 따라 문장들이 생성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모옌은 AI를 활용해 글을 쓴 사실을 공개적으로 처음 인정한 노벨상 수상 작가”라고 짚었다.

모옌이 챗GPT를 활용해 글을 썼다는 사실에 일각에서는 챗GPT 사용을 위해 중국 정부가 금지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SCMP는 모옌과 학생이 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챗GPT에 접속했다면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모옌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새로운 시술과 도구를 탐구한 열린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등의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중국 SNS에서는 그의 개방성을 칭찬하는 여론도 많다. 모옌은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붉은 수수밭’을 비롯해 ‘개구리’ ‘인생은 고달파’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챗GPT의 열풍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6.
일각에서는 챗GPT의 열풍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6.

◆ 논란과 환영 그 어디쯤

인공지능(AI)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왔다. 최근 들어 AI의 창작 분야가 단순 텍스트에 그치지 않고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왼쪽부터 율리안 판디컨이 미드저니로 그린 '빛나는 귀고리를 한 소녀', 제이슨 엘런이 미드저니로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출처: 율리안 판디컨 인스타그램, 제이스 엘런 디스코드) ⓒ천지일보 2023.05.26.
왼쪽부터 율리안 판디컨이 미드저니로 그린 '빛나는 귀고리를 한 소녀', 제이슨 엘런이 미드저니로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출처: 율리안 판디컨 인스타그램, 제이스 엘런 디스코드) ⓒ천지일보 2023.05.26.

지난해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는 AI가 그린 그림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됐으며, 올 4월에는 독일의 한 사진작가가 국제사진전에 AI로 만든 이미지를 출품한 뒤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소니와 세계사진협회(WPO)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 사진 대회 중 하나인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크리에이티브 오픈 카테고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젊은 여성과 노년 여성의 모습이 담긴 ‘전기공’이라는 작품으로 작가는 이 작품이 AI로 만든 이미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리며 수상을 거부했다.

작가는 이번 일과 관련해 “SWPA 등 사진전이 AI 이미지 출품에 준비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작품을 제출했다”며 “자신이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사진의 영역에 AI 이미지가 들어올 수 있는지 논쟁이 더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이 AI로 만든 이미지 '전기공' (출처: 트위터) ⓒ천지일보 2023.05.26.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이 AI로 만든 이미지 '전기공' (출처: 트위터) ⓒ천지일보 2023.05.26.

챗GPT의 열풍은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문학 번역가를 AI가 대체할 수 있는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26일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열었을 정도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심포지엄 개최 이유로 “AI의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데 다들 당황하고 있다”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수반한 전문적 영역으로 취급되던 문학 창작과 번역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토대로 한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AI가 이미 일부 번역가의 초벌 번역을 돕고 있기도 하지만, 이 경우 AI의 저작권과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는 비단 번역의 영역뿐 아니라 AI가 관여하는 문화계 전반에 대한 문제로, 전문가들은 과연 AI가 만들어낸 것들에 창작성과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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