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연합 20% 이상 차
열차 참사·도청 스캔들에도
‘경제성장 견인’ 호평에 표
연정 구성보다 7월 2차 전망

(아테네 AFP=연합뉴스) 그리스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을 이끄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 위치한 당 선거운동본부를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그리스 총선은 21일 실시되고 연립정부 구성 실패 시 실시되는 2차 총선은 오는 7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아테네 AFP=연합뉴스) 그리스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을 이끄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 위치한 당 선거운동본부를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그리스 총선은 21일 실시되고 연립정부 구성 실패 시 실시되는 2차 총선은 오는 7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그리스 총선에서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인 신민주주의당(New Democracy)이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과반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연립 정부 구성 대신 ‘2차 총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22일 오전 6시(현지시간) 현재 개표가 99% 이상 진행된 가운데 현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가 이끄는 신민주주의가 40.8%의 득표율로 좌파 야당인 시리자(Syriza)를 20.1%p 차로 크게 앞섰다. 이는 과거 1974년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 보기 드문 격차로 기록됐다. 

심지어 사회주의 보루로 꼽히는 크레타에서도 우익 정당이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펼쳤다. 이는 신민당이 시리자를 5~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던 최근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스가 외환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안정되면서 유권자들이 열차 충돌 사고나 도청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2월 그리스 템피에서는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 외 득표율은 중도좌파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 11.5%, 공산당(KKE)이 7.2%를 보였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고 또 감동스럽다”면서 “희망은 비관주의를 이겼고 단결은 분열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그의 최측근 요르고스 게로페트리티스도 “신민주주의당이 아주 값진 승리를 거뒀다”면서 “그리스의 국민들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후대를 위해 미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들도 이번 총선을 “눈부신 승리”라고 규정했다.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이끄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시리자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이끄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시리자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로써 신민주주의당이 전체 300개 의석 중 절반에 가까운 146석을,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7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당의 득표율은 지난 총선 당시 39.85%보다 소폭 늘어났지만 좌파연합의 득표율은 당시 31.53%보다 10%p 넘게 쪼그라들었다.

총선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이 최대 정당의 대표에게 3일간의 새로운 연립 정부를 구성할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다만 이번 총선 결과는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그리스는 지난 1990년 이후 비례대표제로 대부분 의원을 선출하되 최다득표 정당에 ‘보너스 고정 50석’을 더 주는 방식으로 선거를 벌여왔는데 이번에 이것이 폐지되면서다. 따라서 단독 집권하기 위해선 정당 득표율이 약 46%를 넘거나 연정을 구성해 과반에 달하는 의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단독 집권을 노린 신민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연정 구성보다는 2차 투표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당은 단독 집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초타키스 총리도 “시민들은 4년 임기의 ‘강력한 정부’를 원한다”고 2차 총선을 시사했다.

한편 그리스는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해 2010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유럽의 문제아’로 여겨졌다. 이후 그리스는 어려움을 딛고 지난해 기준 경제성장률 5.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206%까지 치솟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171%까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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