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30도 등 때 이른 더위
전기요금 kWh당 ‘8원’ 인상
“무더운데 에어컨 켜기 겁나”
“수입은 같은데 세금만 늘어”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전기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공공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전기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공공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한빛 수습기자] “금리가 오르고 전기료·가스요금·식자재 등 안 오른 게 없어요. 정말 최악입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3가에서 13년간 해장국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장사가 안돼 너무 힘들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어쨌든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려면 에어컨을 안 틀 수 없다”며 “날씨는 더워지고 있고 전기요금은 또 올라 걱정이 크다”고 답답해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4~6월(2분기)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산업용 모두 ㎾h당 8원 오른다. 지난해 2~4분기 ㎾h당 19.3원 인상, 올 1분기 ㎾h당 13.1원 인상한 바 있다. 또 전기료가 오른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간판과 조명, 냉난방비 등의 고정 지출 비용이 많은 식당, 개인 편의점, 주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깊은 시름에 빠진 분위기다. 이달 초부터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 데다 이번 여름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도 있었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올여름 폭염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종로5가에서 메밀 국숫집을 운영하는 B씨는 “60평 공간에서 에어컨을 6대를 돌리고 있는데도 한여름에는 덥다”며 “전기료가 지난해 여름까지 100만원 정도 나왔는데 또 올라 더 나올 걸 생각하니 죽을 맛”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 소재 미용실 운영자 C씨는 “매출은 오르지 않고 가스비나 전기세, 수도세 등 고정비만 올라가니 가게 운영이 힘들다”며 “(게다가) 더우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제 자영업자 하는 분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D씨는 “재료비부터 시작해서 전기요금까지 너무 올랐다”며 “분식 가격이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비자한테 가격을 많이 받을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그는 “여름에는 에어컨을 항시 틀어놔야 하고 분식집 같은 경우는 음식을 조리해 따뜻하게 해놔야 한다”며 “최근 뉴스를 통해 전기료가 또 올랐다고 들었는데 부담스럽다. 진짜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 봐 에어컨 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E씨는 “전기요금 하나만 오르면 괜찮은데 전철·버스 요금, 물가, 인건비 등이 연달아 오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각박해지고 생활도 더 힘들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지속해 오르면서 편의점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F씨는 “부자는 감세하면서 전기료는 올리고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수입은 항상 비슷한데 세금은 세금대로 다 걷어가고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별로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작년 여름에 15평 공간에서 에어컨을 켜니 전기요금이 평균 80만원 나왔다”면서 “이번에는 얼마나 나올지 벌써 한여름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영업자들의 걱정 섞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전기료 인상 에어컨 우려가 현실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 더워진 날씨에 “밤에도 입구 문 활짝 열어놔도 매장 내 훈훈한 열기 때문에 에어컨 안 틀고 장사하기 힘들다”면서 “더군다나 요즘 평일은 손님이 별로 없어 1~2팀 와도 냉방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틀어야 하지만 (전기세 때문에) 속이 쓰리다”고 토로했다.

댓글에는 여러 자영업자가 “벌써 전기세가 걱정이다” “3~4월 두 달은 냉난방 안 하니 전기요금 행복했다” “날이 더워지니 전기세 걱정이 된다” “에어컨 쓸라고 설치한 건데 (전기세) 계속 오르면 에어컨 병풍 되겠다” “저희는 선풍기를 최대한 이용해보기로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공공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원책도 함께 제시했다. 전기료 분할 납부제도를 소상공인·뿌리기업에게 추가 적용하고, 농사용 전기료는 3년에 걸쳐 인상분을 분산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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