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허위 서명 강요’ 의혹을 조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6일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2일 국방부와 송 전 장관과 정채일 예비역 육군 소장, 최현수 당시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장관은 2018년 7월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자신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 예하 간부들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만든 뒤 서명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계엄령 검토 문건을 촛불 시민을 무력진압하려는 계획으로 보고, 헌정 중단을 노린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합동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합수단은 검사 37명을 투입해 104일간 200명 넘는 사람을 조사하고 9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쿠데타 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부수적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로 기무사 전 참모장 등 3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1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계엄령 문건은 군 당국이 연 2회 이상 연습하는 합동참모본부의 기존 계엄시행 계획을 재편집한 보고서 수준이었을 뿐, 실행계획은 아니었다. 문건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수개월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국방위 소속 이철희 의원이 문건을 입수, 공개하고 친여 성향 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넘어가 공론화되자 당시 여권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기무사의 쿠데타 음모’로 몰아갔던 것이다.

해군 대장 출신인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이 쿠데타 계획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허술하다는 점을 먼저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법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말을 언론에 했다가 이후 경직된 당정 분위기를 보고 사실무근이라는 사실관계 확인서를 휘하 간부들에게 서명토록 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병삼 전 100기무부대장(예비역 육군 대령)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 형법상 항명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했던 명령은 정당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다. 그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송 장관이 법조계 문의 결과 문건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며 밝힌 바 있었다.

공수처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왜곡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 진실을 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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