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주최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가 진행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명절 단골 선물인 한우와 굴비 등이 김영란법에 저촉돼 농축수산물 소비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식사대접 비용이나 경조사비 허용 기준은 대통령인 시행령으로 정하는 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달 중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만들 방침이다. 지난 5월 권익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식사 비용은 5~7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바 있다.

그러나 농축수산업계는 처벌 대상 선물 가격이 5만원 수준으로 정해지면 농축수산물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목인 추석과 설 명절에 팔리는 농축수산물 선물 세트의 절반 가까이가 5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설과 추석 명절에 주로 팔리는 농축산물 선물은 절반이 5만원 이상이다. 지난해 농협유통 양재점의 과일선물 매출 구성을 가격대별로 보면 5∼8만원이 42%로 가장 많고 이어 3∼5만원(32%), 3만원 이하(18%), 8만원 이상(8%) 순으로 나타났다. 단가가 높은 한우선물세트는 올해 설 기준 10만원 이상 제품의 매출 구성비가 93%에 달한다.

1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선물·음식물 기준가액에 대한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백병성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연구위원은 “화훼의 경우 통상 10만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고, 한우선물세트는 10~30만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범위는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국민정서를 내세워 5만원에서 7만원대의 가액이 설정된다면 이는 섣부른 판단이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 호텔·관광산업 등의 활성화 등을 고려해 볼 때 20만원 대의 가액 설정이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 1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축산업 종사자가 토론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농축산업계는 농축산품을 금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생명과학과 교수는 “FTA 체결로 농축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우리 농업이 최소한의 식량 자급률을 유지·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농축수산물의 경우 금품에서 제외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도 “정부는 농민의 60%가 연간 1000만원 이하의 소득밖에 올리지 못하는 오늘날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의 기초산업인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농축산물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국내 농축산물 전체 생산량의 40%가 추석, 설 명절 선물로 소비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김영란법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국내 농축산업계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할지라도 풍선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선물 기준 가액을 높이든지 아니면 농축산물 부분만 기준에 예외를 둬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토론회에서 “권익위 안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국내 농축산물의 선물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결국 우리 농축산물의 생산 기반도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며 “미풍양속인 명절 때 선물할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에 대해서 여야가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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