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과반 상회 의석수 차지
군정 개헌에 정권 교체 안갯속

왕실에 대한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진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 (AP/뉴시스)
왕실에 대한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진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태국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군사정권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고 진보성향의 반체제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면서다. 10년 가까이 이어온 군부정권에 대해 국민들의 심판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CNN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피타 림짜른랏(42)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Move Forward)이 비례대표 38석과 지역구 113석 등 총 151석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제1당으로 확정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36)이 총리 후보로 나선 푸아타이당도 비례대표 30석, 지역구 111석 총 141석을 얻었지만, 전진당의 위세에 눌려 제1당 자리를 내놓게 됐다. 이로써 야권이 하원 500석 가운데 절반을 훨씬 웃도는 300석에 가까운 의석을 쓸었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중도 성향의 품차이타이당도 이번 총선에서 70석을 확보했다.

반면 정권 연장을 노렸던 친군부 정당들은 76석에 그쳤다. 친군부 성향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의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소속한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1석(비례 2석, 지역구 39석), 36석(비례 13석, 지역구 2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태국 군주제와 군사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이 국민들의 표를 힘입어 지난 2001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해온 군부 정권 관련 정당을 크게 앞지르게 된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세에서 제1야당 푸아타이당을 이끄는 패통탄 친나왓(가운데) 대표가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세에서 제1야당 푸아타이당을 이끄는 패통탄 친나왓(가운데) 대표가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AP/뉴시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압승이 확실시되자 “태국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시작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면서 “여러분이 저에게 투표했든 안 했든 여러분의 총리가 돼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티티난 퐁수디락 방콕 출랄롱코른 국립대 교수는 “놀랍고 역사적인 선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태국 정치의 새로운 전장이 펼쳐졌다. 향후 제도 개혁으로 태국을 다음 단계로 끌어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하원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누가 권력을 잡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지난 2017년 헌법 개정을 통해 500석의 하원뿐 아니라 사실상 군부가 지명하는 250명의 상원까지 총리 선출에 참여하게 해놓으면서다. 이러한 군부 절대 우세의 헌법 구조 속에서 총리로 선출되려면 하원과 상원 총 750석의 과반인 376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전진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중도 성향의 품차이타이당과 군소정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공식 결과는 투표 후 60일 이내인 오는 7월 초 발표된다. 이어 총리 선출은 7월 말경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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