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은 정운찬 총리가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마련한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과 세종시 입주 의사를 밝힌 기업인 명단을 보고했다.

정 총리는 취임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종시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볼 때 효율적인 모습은 아니다”며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원안대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취임 일성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통해 정국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총리실 산하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와 ‘세종시 기획단’ 등의 기구를 설치하고 국민들에게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 가깝게는 2월 임시국회에서의 여야 대립, 멀게는 6월 지방선거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 여권 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만큼 정 총리의 어깨는 무겁다.

◆세종시에 가게 될 것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은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백지화하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원안에 있는 9부2처2청의 행정기관을 옮기는 대신 대기업 1곳, 대학 2곳, 중견기업 3곳 등을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 이전할 대기업은 국내 4대 그룹 중 1개사로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견기업으로는 충남 공주 출신의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학은 고려대와 카이스트(KAIST)로 정해졌는데 서울대의 경우 최종 명단에 포함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부처 이전 논의와 연계해 재검토하기로 했던 인문, 사회분야 16개 연구기관은 원래대로 세종시에 이전키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세종시기획단은 5일 기업·대학 등 대규모 세종시 투자자에게 3.3㎡당 36~40만 원 수준의 원형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세종시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시에 투자하는 대규모투자자에게 3.3㎡당 36~40만 원(원형지 공급기준), 중소기업에 50~100만 원(조성용지 공급 기준), 연구소에 100~230만 원(조성원가 기준)으로 토지를 공급하게 된다.

또 정부는 세종시에 신설 국내기업이나 외투기업이 이전해 올 경우 소득·법인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 주고, 취·등록세와 재산세를 15년간 감면하는 등 기업도시 수준의 지원을 하게 된다.

◆세종시를 놓고 대립 불가피한 정치권

한나라당 지도부를 포함하는 여권은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 이달 중 당론을 정한 뒤 ‘행복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하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세종시 논란을 6월 지방선거까지 가져가는 것은 세종시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정부안이 나온 뒤 충청지역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곧바로 당론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세종시’가 지방선거와 맞물려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 60여 명에 이르는 친박계 의원들의 찬성이 필요한데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α’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와 한나라당 주류 측은 향후 대국민 홍보 전개와 함께 친박계 설득에 나서는 ‘투트랙 여론전’에 착수할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은 ‘야권 연대’를 통해 세종시 계획 수정을 결사 저지한다는 태세이기 때문에 연말 ‘새해 예산 전쟁’에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는 ‘세종시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총리를 시험하게 될 무대인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정부가 마련한 수정안의 내용과 이에 따른 여론의 향방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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