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오면 진솔하게 답해야”
“대표로서 할 발언 아니었다”
당 지도부 대처 지적도 지속
민주, 워크샵 등 쇄신 준비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일 당 지도부의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대처를 두고 당내 비판이 멈추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가 이번 의혹을 두고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됐나” “태영호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하나”라며 반문한 데에 “굳이 왜 그랬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李, 뜻은 알겠는데… 공감 어려워”

앞서 이 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에 대한 질문에 이어 돈 봉투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태 최고위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인다”고 반문한 바 있다. 이전에도 그는 같은 질문에 김 전 의원과 박순자 의원 수사 진행 상황을 되묻곤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검찰 수사가 야당에 편중됐다고 비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전부터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 ‘정치 수사’로 규정하며 비판해왔다. 

다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발언은 당 대표가 언급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발언에 의문을 표하며 질문에 성실히 답할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무슨 뜻인지는 대략은 알겠는데 그러한 대응을 쉽게 공감하기는 좀 어렵다고 본다”며 “왜 저런 반응을 굳이 보였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 당의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얘기 안 해도 국민들이 다 안다. 질문이 왔으면 진솔하게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하든지, 아니면 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있다고 하는 게 정석”이라며 “굳이 그렇게 당 대표가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언론이나 국민 입장에선 잘했다고 박수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균형 잃은 처사에 대한 지적일 수 있고 너무 편파적이라는 것을 에둘러 지적을 하는 것 같다”며 “다만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발언이나 행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돈 봉투 대처 미흡 지적도 지속

당내에선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지도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당이 이번 의혹에 대해 별도의 조사기구를 설치하지 않는 등 방침을 두고 찬반이 갈린 바 있다. 찬성 쪽은 당이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반면, 반대 측은 조사 기구를 만들어도 조사에 제약이 많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새 원내대표단 체제가 들어선 후 전날(3일) 진행된 첫 의원총회에서도 당 지도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자리에선 윤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 입장 발언 이후 돈 봉투 의혹에 대한 당의 향후 대처 등 사안에 대한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에선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갖고 당이 더 엄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대처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특히 앞으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송영길 전 대표와 두 의원의 탈당으로 의혹을 마무리지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당내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된 의원이 최소 10명 이상은 된다는 의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에 대한 사건들에 원칙과 기준을 갖춰 판단·처리하는 등 시스템에 의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의총에서 ‘비리 연루 의원의 출당 원인과 기준이 뭐냐’고 물었다. 

일각에선 이는 탈당한 윤‧이 의원과 달리 이미 기소된 이 대표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노웅래 기동민 이수진(비례) 의원 등은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박홍근 전 원대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박홍근 전 원대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광온 ‘쇄신의총’ 등 당 쇄신 박차

한편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번 의총을 기점으로 당내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의총을 두고 박 원내대표는 ‘쇄신의총’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의총을 거듭하며 당 의원대상 심층 설문조사, 대국민 여론조사, 심층 토론 등 과정을 거쳐 최종 쇄신 보고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워크샵 등 향후 쇄신 방안을 논의할 자리를 계속 가질 방침이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 쇄신 방안에 관한 결론은 안 났지만, 1박 2일 워크샵 등 당 쇄신을 논의할 기회들을 마련해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내 기구들에서 작성돼온 보고서들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최근 1년간 당내 기구에서 작성된 보고서들이 있고, 쇄신과 혁신안에 관해 이뤄진 토론들도 있었기 때문이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밖에도 지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때 새로고침위원회 등에서 작성된 보고서들도 포괄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