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김기현도 나한테 도움 요청”… 김기현 “사실이지만 결국 거절”

[천지일보=임혜지, 김민철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뿐 아니라 김기현 대표도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주장하면서 전 목사를 둘러싼 국민의힘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 목사는 지난 21일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전당대회 선거 전) 나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와 ‘1차(경선)에서 과반 통과를 해야 하니까 도와달라’고 했다”며 “우리가 돕지 않았으면 절대 1차에서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전 목사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결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번에 국민의힘에서 진행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서 (나의) 실력이 드러났다”고 호언했다.

그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시 자신을 찾아와 광화문 집회 연단에 서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주장했다. 전 목사는 “김재원이 4등이어서 불안하다고 나를 찾아왔다. 4위에 들지 못하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좀 도와달라고 해서 ‘어떻게 도와줄까’ 했더니 광화문 3.1절 집회에서 연설시켜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 소개로 연설하니까 바로 1등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의 이러한 발언은 자신의 영향력을 두고 정치권이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입지를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런 전 목사의 인터뷰가 알려지자 자신의 SNS에 “거론된 인사들의 입장이 나와야 할 것 같다”면서 “거짓이라면 전 목사는 국민의힘에 손을 떼고 사실이라면 저분을 상임고문으로 모시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즉각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하고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로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자신이 지난 (3.8)전당대회에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청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당시 전 목사가 ‘향후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시 본인의 동의를 받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그 즉시 요구를 거절했고 그 후 전 목사가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 목사가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시 자신의 동의를 요구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목사와 친밀한 관계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19년 공천 과정에서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전 목사가 ‘공천위원장이 누군인지 사전에 알려달라’며 사실상 사전 동의를 요구해 와 그 뒤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10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황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총선 당시 나는 감옥에 있었다. 요구한 적이 없다”며 “내가 공천을 요구했다면 문서나 녹음 등 구체적 증거를 가져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