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통해 6대 범죄 제한
몇 년 만에 수사 범위 2대 범죄로 축소
정권 바뀌자 시행령으로 범위 대폭 복구
‘검수완박’ 유지에도 큰 제약 없이 수사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결과 법안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국회에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두고 논쟁을 벌이자 검찰 수사권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검찰 수사권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현재 검찰은 어떻게 수사권을 행사하는지를 짚어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특별한 제약 없이 수사 중이다. 헌재 판결로 검수완박 법안이 유지됐다고 본지를 포함 수많은 매체에서 보도했기에 현재 검찰의 수사권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2년 9월 개정 검찰청법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시행령)을 통해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 시행 전처럼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 행위 등이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법안을 현상 그대로 유지했다.

해당 법률은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헌재가 유지한 법률은 2022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그해 9월 시행됐다. 

그런데 정부는 법 시행 한달 전 법을 보완할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뒤 같은 9월에 시행했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법률에 국한된다. 하위 법령인 시행령 등은 판단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법률이 유지되는 만큼 대상 법률을 근거로 하는 시행령의 효력은 변함없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이 마무리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가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오후에 열리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두 법안을 직접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 2022.5.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이 마무리된 2022년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가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오후에 열리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두 법안을 직접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 2022.5.3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검찰 수사권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꾸준히 축소됐다. 먼저 검찰 수사권이 변화를 맞게 된 계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2020년 국회 문턱을 넘어 2021년부터 시행됐다.

오랜 기간 검찰만이 수사의 주체였으나,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게도 수사권이 부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 등 6대 범죄로 줄었다. 그 외엔 경찰이 1차 수사를 맡았다. 

여기에 추가로 경찰이 벌인 범죄나 경찰이 송치한 범죄 관련 직접 연관성이 있는 범죄에 한해선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의 주체가 된 경찰은 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국가수사본부도 출범시켰다.

검찰의 수사 범위 축소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이 바뀌기 전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박탈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장 탈장’ 논란과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갖가지 소란이 이어졌고, 수정의 수정을 거쳐 모든 수사권을 빼앗는 원안에서 후퇴해 부패·경제 2대 범죄로 검찰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개정안이 2022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해 지방선거가 있기에 선거범죄에 관해선 같은해 12월 31일까지 검찰의 수사권을 유지했으나, 해가 넘어가며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렇게 2년여 시간 동안 전방위적이던 검찰의 수사권 대상이 6대 범죄로, 다시 2대 범죄로 줄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검찰청법의 ‘등’을 노린 시행령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수원복’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완규 법제처장을 새로이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두 부서는 검수원복을 위한 핵심 부서였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에 대한 시행령을 내놓을 수 있고, 법제처는 각 부처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면서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공포하는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개정안의 아주 작은 ‘틈’을 노렸다.

개정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정의한다.

이 가운데 틈은 바로 ‘등’이라는 표현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등’을 ‘비롯해’ 또는 ‘포함해’ 같은 뜻으로 해석해 대통령령으로써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단서로 봤다.

이에 법무부는 개정 검찰청법이 시행되는 2022년 9월에 맞춰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을 개정했다. 

당시 법무부는 “현행·개정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한 ‘중요 범죄’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해, 구체적 범위를 정부가 설정하도록 했다”며 “예시로 규정된 부패범죄, 경제범죄 외에 정부가 구체적 범위를 정한 ‘중요 범죄’가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 법문언상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수완박을 추진한 민주당으로선 뼈아팠다. 애초 법사위 논의 단계에선 ‘등’을 ‘중’으로 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표현은 ‘등’이었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 ⓒ천지일보 2023.04.06.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 ⓒ천지일보 2023.04.06.

◆시행령은 어떻게 수사 범위를 복원했나

시행령은 먼저 부패·경제 범죄를 크게 해석했다. 개정 검찰청법이 공직자·선거 범죄를 검찰의 수사 범위에서 뺐으나, 법무부는 “직권남용이나 허위공문서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현대 부패범죄의 전형적 유형”이라며 시행령에 이를 수사할 범죄로 분류했다.

그 근거로 부패방지권익위법에 직권남용을 ‘부패행위’ 개념에 포함한 점,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을 거쳐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UN 부패방지협약’도 부패범죄로 규율하는 점 등등을 들었다. 

또 “선거범죄에 포함된 ‘매수·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라며 이 역시 부패범죄에 포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매수·이해유도 등은 부패행위를 수단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로서 일부 범죄는 이미 ‘부패재산몰수특례법’상 부패범죄로 규정돼 있는 점, 앞서 소개한 UN 부패방지협약에 부패방지 대상으로 규율하는 점을 꼽았다.

6대 범죄 중 하나였던 방위사업 범죄는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을 토대로 “방위산업이라는 경제분야에서 기술 유출을 통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여타 산업기술·영업기밀 침해 범죄와 마찬가지로 경제범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경제범죄로 규정했다.

‘부패재산몰수및회복에관한특례법’ 2조 1호에서 언급하는 ‘부패범죄’의 정의도 끌어와 사기·공갈, 횡령·배임죄와 같은 재산범죄, 국민투표법·공직선거법 등 선거범죄, 상법·외부감사법·공정거래법 등 경제범죄 등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이로써 현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사실상 6대 범죄를 거의 그대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국회를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을 거의 완벽하게 무력화시킨 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관련 이미지. ⓒ천지일보 
검경수사권 조정안 관련 이미지. ⓒ천지일보 

◆수사권 조정 이전도 넘보기 시작

이뿐만 아니라 6대 범죄를 넘어서는 영역도 시행령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방법을 고안했다.

마약 범죄도 유통과 관련된 내용은 경제범죄로 규정했다. 예전 시행령은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만 한정해 유통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범죄는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로써 경제범죄로 분류했다. 

중요 범죄의 범위도 넓혔다. 시행령은 ‘사법질서 저해범죄’와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를 중요 범죄로 봤다.

이에 따라 무고·도주·범인은닉·증거인멸·위증·허위감정통역·보복범죄, 배심원의 직무에 관한 죄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판단해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전체 국가사법질서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에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수적 범죄 유형으로서, 개정법의 취지를 넘어 수사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규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사에게 고발·수사하도록 한 범죄에 대해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위한특별법,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검찰총장에 고발해야 한다고 특정한 경우 검사가 수사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직접 관련성 규정도 보완해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 등 표현을 삭제하고, 범인·범죄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바꾸려 했다. 

그러나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법무부는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이로써 원안보다도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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