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도‧감청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정부의 동맹국 도‧감청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했던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이 프리즘(PRISM)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민뿐 아니라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우방국 정상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해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이 다양한 국가와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의 서버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의 감청 논란은 주변국과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을 상대로 한 도·감청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로 확인됐다. 2021년 덴마크 공영방송은 NSA가 덴마크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이용해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유력 정치인과 고위 당국자의 전화 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 정보, 채팅, 메시지 앱 등에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전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이번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은 가장 보안이 지켜져야 할 대통령실에 대한 보안이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상당히 우려스럽다.

미 언론에 따르면 SNS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건 100여건은 CIA 등 정보기관들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서 수집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와 첩보 등이다. 한국 관련 2개 문건은 지난 3월 초 미국이 요청하는 무기 제공 문제를 둘러싸고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 비서관 등 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문제는 이번에 유출된 내용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메르켈 독일 전 총리에 대한 감청 사실이 알려지자 메르켈은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항의 전화를 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야당은 이번 미국의 도‧감청 이유로 대통령실 이전 탓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도‧감청은 동맹국이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메르켈 총리처럼 미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답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 용산 이전 과정에서 실제 보안이 뚫렸는지 이참에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정보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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